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결론남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의 대비태세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북한 잠수정이 서해 외곽을 우회한 것으로 추정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위해 야간에 목표를 식별하고 근접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곧 북한 잠수정이 우리 해역으로 침투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지만 군은 잠수정을 감지하기는커녕 어뢰가 발사돼 폭발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군 대비태세에 엄청난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탐기(소나)를 장착한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수상함은 물론 수중침투를 막는 임무도 있는 만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건 직후 천안함 생존 장병 중 소나 담당 부사관은 "폭발음이 들리기 전까지 수중에서 아무런 물체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해 접적지역은 군 당국도 언제든지 북한이 침투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대비태세가 더욱 확고해야 하는데도 경계선이 뚫림에 따라 향후 군사 경계태세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눈에 안 보이는 수중무기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은 천안함이 침몰한 전후 시점에 북한 비파곶에서 상어급 잠수함의 기동이 있었다고 판단해 북한 잠수함(정)의 소행 가능성을 예측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확실히 보이지 않은 북한 잠수정 2척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언급은 북한 잠수함(정)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우리 군 당국이 실제로는 100% 그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잠수함(정)이 기지에서 사라져도 그 행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군사위성과 감청, 신호정보 등 한.미 정보체계에 의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서해는 수심이 얕아 잠수함(정)이 작전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일반론적인 상황을 군사작전 대비태세에까지 연결시킨 점이 없지 않았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에도 군 관계자들은 틈이 날 때마다 "서해는 잠수함 작전을 하기 어려운 곳"이란 점을 강조해왔다.
군이 경계를 소홀히 한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북한 주민 11명을 태운 전마선(소형 고기잡이배)이 동해로 남하했지만 이를 탐지한 것은 해군이 아닌 육상의 육군 레이더 기지였고, 육군은 의심선박으로 분류하고서도 해경에 늑장 확인요청을 하는 등 경계에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같은 달에는 한 민간인이 강원도 고성군의 최전방 철책을 자르고 북한지역으로 올라갔지만 군은 무방비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군 지휘부의 대폭 문책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의 불문율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 작전은 때론 실패할 수 있지만 경계선이 뚫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작전과 지휘책임 선상에 놓인 군주요 인사들의 물갈이 폭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은 물론 작전을 책임지는 이상의 합참의장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 해당 라인 지휘관들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