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독일 어뢰를 쏠 수 없다

by 인선호 posted May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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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고위 관계자가 지난 7일 "천안함 침몰 해저 펄 속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은 TNT보다 위력이 강한 'RDX'(백색·결정성·비수용성 폭약 성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북한이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폭약 성분 배합비율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천안함 절단면 근처에서 발견된 합금 파편들은 어뢰 앞부분의 탐지센서 외피를 구성하는 알루미늄·마그네슘합금이지만, 이것 역시 북한이나 중국·러시아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천안함이 미제 혹은 독일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가설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모 신문은 '독일제 어뢰다'라고 못 박아 보도하기도 했다. RDX가 미국·영국·독일·캐나다 등 주로 서방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그 가운데서도 독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방위산업 전문가로 활동 중인 한 연구가가 온갖 설들을 일축하는 주장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눈길을 끈다.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와 독일국제안보연구원 등에서 활동하고, 유엔 집행이사회 대외국 소속으로 동아시아 안보문제 자문역을 맡고 있는 조명진 박사는 8일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 유력하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의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 측면에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북한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미제나 독일제 등 서방의 어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버블제트로 천암함을 단방에 두 동강낼 위력을 지닌 어뢰는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에나 장착되는데, 한미합동 훈련이 벌어져 미군의 이지스함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군함들이 바다에 떠 있는 상황에서 1300톤의 로미오급 잠수함이 우리 해역에 들어온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게 조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북한 잠수함의 어뢰발사대와 독일제 어뢰는 호환성이 없어서 북한에서 어뢰를 밀수입해 쓸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또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이라면 폭발에 따른 사망자와 중상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점 △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한 초계함은 모든 전원이 차단돼도 충전된 배터리로 비상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데, 함장이 침몰 사실을 휴대전화로 보고했다는 점 △조사의 대상이 돼야 할 지휘계통의 군인들이 지금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던졌다.

그러면서 정말로 독일제 등 서방세계의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면 장보고함 같은 아군 잠수함에 의한 프렌들리 파이어(아군의 오발로 아군이 숨지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레 예측했다.

한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9일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의 화약과 파편 등을 분석한 결과 독일제 또는 미제로 잠정결론이 내려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인이 안된 내용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천안함 침몰원인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는커녕 점점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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