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뒷마당 구두 1천700켤레 처분은?

by 인선호 posted Feb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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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수서경찰서 뒷마당은 1천700여 켤레의 구두로 뒤덮였다.

경찰서에 중고 구두 시장이 선 것으로 착각하고 "얼마냐"고 문의한 인근 주민도 있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서울시내 대형 장례식장에서 명품 구두 3켤레를 훔친 혐의로 구속된 박모(59)씨의 집 창고에서 나온 것들.

경찰은 1천700여켤레 모두를 박씨가 훔친 것으로 보고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경찰서 뒷마당에 이틀간 가지런히 펼쳐놓았다.

구두 주인을 찾아주려는 뜻에서 벌인 일이지만 고민거리도 생겼다.

엉뚱한 사람이 자기 구두라며 값비싼 구두를 신고 가버린다면 박씨가 장례식장에서 그랬듯이 경찰서 안에서 2차 도난사고가 일어나는 셈인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수사팀은 먼저 전화로 잃어버린 구두의 제품명과 치수, 색상 등을 접수한 뒤 경찰서에 와 구두를 찾아가도록 했다.

또 구두를 찾아갈 때 가져간 구두의 사진을 찍고 신분증을 복사하는 것은 물론, 진술서도 받았다.

경찰의 목표는 전체의 10%인 170여 켤레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 그러나 이틀 동안 구두를 찾아간 사람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경찰서에 왔다가 자기 구두를 찾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도 20여 명에 이른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나머지 구두의 운명은 어찌 될까.

경찰은 구속된 박씨의 가족에게 나머지 구두를 가환부(假還付)할 계획이다.

가환부란 경찰 수사에 필요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경우 즉시 반환하는 조건으로 피의자에게 압수물을 돌려주는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중고시장에서 구두 1천700여 켤레를 구입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구두 주인이 나타나 박씨의 절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나머지 구두는 박씨 가족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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