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부품 불량 문제가 일본에서 만든 신형 '프리우스'로 파급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도요타는 4일 발표한 2010회계연도 3분기(2009년 10~12월) 실적 자료에서 올 3월 말까지 리콜로 인한 손실을 "최대 1800억엔(약 2조3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 · 기아차 를 이번 도요타의 판매 중단 사태로 인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업체로 꼽는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개월 만에 반등한 데 이어, 도요타가 20% 가까이 장악한 호주 시장에서도 1월 기준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도요타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8개 모델의 생산·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 직후 국내 주식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는 7%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은 요즘 초긴장 상태다.
◆도요타 사태, 계속 확산
일본 에서는 당초 알려진 일본 국내 제동장치 결함 신고 14건(국토교통성 접수분) 이외에 도요타가 직접 접수한 77건의 결함 신고가 있었고, 도요타는 이를 공표하기 이전에 올 1월 생산 차량부터 문제점을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불량 사실을 알고도 감췄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프리우스 제동장치 결함이 정부에 접수된 14건 이외에 도요타가 직접 접수한 77건이 더 있었다"며 "중복분을 감안해도 국내에서의 결함 신고가 70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수출된 프리우스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미국 정부에 100건 이상의 결함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도요타자동차는 이와 관련, 이날 오후 도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우스 제동장치 설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미 구입한 고객에게는 가급적 빨리 안내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혀 리콜(회수·무상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형 프리우스는 작년 말까지 일본에서 20만대, 해외에서 40만대가 팔렸다.
도요타에 따르면, 프리우스는 길이 얼어붙었을 때 회생(回生)브레이크에서 유압(油壓)브레이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시간 차가 발생해 작년 말부터 결함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현대차도 도요타 전철 밟을 수 있다"
이달 1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주재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최고 화제는 도요타 사태였다. 정 회장은 "도요타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협력업체와의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부품 안전성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다. 1차 협력업체 가운데 안전과 직결되는 구동·제동 장치 등 핵심부품 공급업체를 선별, 품질 점검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특히 핵심 제품의 경우 협력사가 1차로 자체 검증한 뒤 현대·기아차 본사가 확인 작업을 하고 여기에 부품을 모듈(부품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현대모비스 가 재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도요타 사태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한 부품에 1차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해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한 뒤 이달 안에 본사에서 직접 실사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한 임원은 "밖에서는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 회사 품질 담당 부서는 하루하루를 초긴장 상태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현대·기아차의 해외 시장 성장세를 감안할 때 품질 관리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도요타는 2006년 해외 생산이 일본 내 생산을 앞지르며 해외 품질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며 "현대차도 현지 고용 인력이 대다수인 해외에서 관리 시스템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