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단독판사가 합의부 판결 뒤집어

by 인선호 posted Jan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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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능희 전 PD수첩 책임PD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PD수첩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제작진, 변호사들과 법원을 나서며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PD수첩’ 사건에서 같은 보도내용의 허위사실 여부에 대해 법원이 ‘한 지붕 두 판단’을 내놓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합의부 판결 내용이 단독 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어서 뒷말이 많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이날 ‘PD수첩’의 보도내용이 모두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앞서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여상훈)는 지난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진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사건에서 일부를 허위사실로 인정해 정정보도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과 문 판사의 허위사실 인정 여부가 갈린 보도내용은 4가지다. 주저 앉은 소의 광우병 가능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 정부 협상단의 실태 파악 노력, 한국인 인간광우병 취약 보도내용에 관한 판단이다.

서울고법은 이와 관련된 PD수첩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해 정정보도를 내도록 결정했다. 당시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보도한 부분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한 부분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협상팀이 미국 도축시스템을 알기 위해 설명을 듣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고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도 높긴 하지만 보도대로 94%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문 판사는 일부 과정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취지에서 사실에 부합한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도 이날 정정보도 사건에서 정정보도 사건 1심과 항소심이 검찰 기소 내용처럼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판단했는데도 문 판사가 자의적으로 논리를 구성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재판부가 ‘허위다’, ‘허위가 아니다’고 해석의 차이를 보인 것은 민사와 형사 사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범죄의 증명이 요구된다. 반면 보도내용의 사소한 오류를 바로잡도록 하는 정정보도를 판단하는 민사사건은 세부적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느냐 여부를 중요한 판단 대상으로 삼는다.

문 판사는 보도내용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취지는 사실에 부합해 허위라고 할 수 없다며 서울고법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 소송에서는 쟁점별로 사안을 따져 사소한 잘못이라도 바로잡도록 하는 데 비해 형사사건에서는 전체 취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다 보니 판결이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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