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 두려워…" 얼어붙은 서울

by 장다비 posted Jan 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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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길을 걷기조차 두렵습니다."

100년 만의 폭설에 이어 9년 만의 한파가 몰아친 6일 시민들은 연이은 이상기후에 몸서리를 쳤다. 폭설과 혹한이 겹치면서 난방기 사용 폭증으로 전력수요는 연 이틀 역대 최고기록(시간당 6,835만5,000kw)을 갈아치웠다.

도로와 인도가 빙판길로 변한 탓에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 식당가와 거리는 한층 한산해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는 전철 고장과 지연, 빙판으로 변한 도로사정으로 사흘째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전국 곳곳에서 각종 동파, 붕괴사고도 속출했다.

안산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모(45)씨는 "폭설이 내린 4일부터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섰지만 버스 타기도 힘들고, 지하철은 지연사태가 되풀이돼 매일 지각하고 있다"며 "폭설로 가뜩이나 어려운 출근길에 한파까지 겹쳐 죽을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폭설 사흘째인 6일 수도권 주요도로는 눈길이 빙판길로 변해 교통난을 더했다. 안산, 안양, 군포시 등 경기 남부 일대를 지나는 수인산업도로와 간선도로는 이날 오전까지 쌓인 눈이 얼어붙어 승용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계속했다. 의정부와 포천을 연결하는 축석고개에서는 빙판이 된 도로 한복판에 한파로 시동이 꺼진 차들이 장시간 멈춰 서 있기도 했다.

경기도내 폭 6m 이하의 이면도로는 총연장 7,748km 가운데 5,000여km만 제설이 완료된 상태에서 한파까지 겹쳐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도로의 인도나 주택가 골목길 등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 주민들이 스스로 치우지 않는 한 제설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으로 시민들은 사실상 바깥출입을 포기했다.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김모(30ㆍ여)씨는 "날씨가 너무 춥고 길도 미끄러워 바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구내 식당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주부 김민정(31ㆍ경기 고양시 일산)씨는 "영하 20도라는 말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낙상사고로 다리와 골반 등을 다치는 사람이 속출했고 동파사고도 잇따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연세정형외과와 평택시 송탄정형외과에는 최근 며칠 새 하루 20~30명의 낙상환자들이 찾았다.

강원 철원과 춘천, 양구지역은 수도계량기 동파로 주민들이 식수난을 호소, 소방당국이 긴급 급수에 나섰다. 특히 영하 26.8도로 전국 최저를 기록한 철원은 바깥에 둔 주류 도매점의 맥주병들이 얼어터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비닐하우스 붕괴 등 농가피해도 잇따라 피해를 줄이려는 농민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경기 포천, 연천, 파주에서만 52개 농가의 시설채소 재배용 비닐하우스와 인삼재배시설 112동이 파손 또는 붕괴됐다.

비닐하우스에 쌓인 눈이 얼어붙으면서 하중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이 10㎏ 한 상자 평균 가격이 지난달 말 2만857원에서 현재 6만원 안팎으로 두 배 이상 뛰는 등 농산물 가격도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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