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감금·지인 우회압박 “다 폭로하면 정부 흔들릴것”

by 인선호 posted Nov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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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민주당에 제공한 녹취록에는 국세청이 안 국장 사퇴를 어떻게 종용했는지 드러나고 있다.

안 국장은 지인, 가족은 물론 국세청 고위 간부들과의 통화에서 기획감찰, 감금, 주변 사람들에 대한 회유와 압박 등과 관련한 내용을 녹취해놓았다.

안 국장은 녹취록 곳곳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7월15일 이현동 당시 서울국세청장과 자신의 감찰 문제를 놓고 통화하면서 “감찰은 본청에 소재해 있고 서울청장은 피감사기관장인데 그 지시를 받느냐고 물었더니, ‘현재 실세여서 (지시를) 들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청장은 “내 선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안 국장은 7월21일 임성균 당시 국세청 감사관에게 “저를 12시간이나 불법으로 감금하는 게 공무원들이 할 짓이냐”며 “세무조사해서 협박하고, 민원인 조사하고,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자기가 모시던 상사에게 사표 종용하라 하고…”라고 항의했다.

주위 사람에 대한 압박도 나타났다. 모 건설업체 회장은 6월26일 안 국장과 부인 홍혜경씨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서울청이 우리 회사를 조사했다. 경기청에서 조사 받아야 하는데”라면서 “(안 국장이) 세무조사 혜택(을 줬다는 것) 때문에 (홍씨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준 걸로 보이니까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과 친하게 지내던 모 건설업체 대표는 9월29일 호텔에서 안 국장의 형을 만나 “(국세청이) 제가 (희생될) 일번 타자라고 하더라. 은근히 묻는 게 허위진술이라도 해달라는 식”이라고 털어놓았다. 9월10일 한 지인은 안 국장과의 통화에서 “그 사람들(국세청)이 전화가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으냐. (사퇴하도록) 설득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줄곧 내비쳐왔다.

8월30일 국세청 한 과장에게 “잘못하면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국감도 다가오고 이 문제가 불거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9월10일 지인과의 통화에서도 “내 주변 사람이라고 다 건드리면 국세청,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문제여서 정부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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