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격장 화재… 일본인 8명·한국인 2명 사망

by 인선호 posted Nov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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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관리소홀·방재 미비가 부른 人災
소방차 진입 어렵고 탈출구 1곳 불과
방음용 내탄성 벽이 가스배출 막기도
기관합동 안전점검 열흘도 안돼 참변
무려 1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실내실탄사격장 화재 참사는 '실탄 사격장에 대한 방재대책 미비'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격장은 경찰과 소방본부ㆍ전기안전공사가 합동 안전점검을 편 지 열흘도 안 돼 대형 화재가 발생, 안전점검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2시26분께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에 있는 5층 건물 중 2층에 위치한 한 실내실탄사격장에서 '펑'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8명과 한국인 관계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산시소방본부는 이번 불로 아라키 히데테루(36ㆍ荒木英輝)씨 등 일본인 8명, 일본인을 사격장으로 인솔한 KR관광 가이드 이명숙(40)씨와 사격장 종업원 심길성(32)씨 등 한국인 2명 등 총 10명이 사망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상자는 하라다 요헤이(37ㆍ原田洋平)씨 등 일본인 3명과 세일관광 가이드 문인자(66)씨 등 모두 6명으로 부산 하나병원(5명)과 동아대병원(1명)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째이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사격장 휴게실 소파에서 발화해 내부로 삽시간에 번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도 정확한 발화 지점을 확정 짓지 못했다. 방화 가능성에 역시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지만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화재원인 규명의 핵심 증거인 CCTV 분석 결과 휴게실 쪽 CCTV 녹화는 화재 발생 2분 전쯤 갑자기 멈춰버렸다.


화재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당국의 관리 소홀 및 방재대책 미비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사격장은 화재 때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가에 위치해 있었고 비상 상황 때 사격장 밖으로 나가는 탈출구 역시 비상계단과 승강기 하나에 불과했다.

실내 사격장이라는 특수성상 방음이나 차폐시설에만 초점을 둔 관련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실내 실탄사격장은 관할 지방경찰청의 허가를 얻어야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경찰이 정해놓고 있는 '권총사격장(옥내) 구조설비 규정'에는 실탄이 튀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과 방음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화재에 대비한 의무사항은 언급이 전혀 없다. 이렇다 보니 방음을 위해 입혀뒀던 내탄성 재질의 두꺼운 벽이 오히려 연기와 유독가스를 실내에 잡아두는 원인이 됐고 그것이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부산 중부경찰서를 방문한 강희락 경찰청장은 "8대의 CCTV 중 유독 2번 CCTV만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각적으로 수사 중"이라며 "경찰의 명예를 걸고 이른 시일 내 부산 실내실탄사격장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가족 31명과 관계자 11명 등 모두 42명은 이날 오후 쾌속선을 타고 부산에 도착, 부상자가 있는 하나병원과 사망자가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검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으며 일부 유족들은 충격 속에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해 실신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화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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