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영이'와 미국의 '메이건'

by 인선호 posted Oct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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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건 칸카는 지난 1994년 7살의 어린 나이로 삶을 마쳤다. 길 건너편에 살고 있던 성범죄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죽임을 당한 미국의 소녀다.

뉴저지주의 해밀턴 타운십에 살고 있던 메이건은 성범죄 전과자인 제시 티멘디쿠스가 강아지를 보여주며 유인하자 이에 넘어가 그만 그의 집에 들어간 것. 메이건의 시신은 다음날 인근 공원의 쓰레기 통에서 발견됐다.

체포된 티멘디쿠스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당시 뉴저지는 사형제도가 없었다. 주의회는 그를 '짐승보다 못한 인간'으로 규정하며 사형제도를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최종 형량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뉴저지 주의회는 다시 사형제도를 폐지시켰다. 운좋게 목숨을 건진 살인범은 종신형으로 감형됐으나 법원은 그에게 가석방의 기회를 박탈해버렸다. 평생 교도소에 갖혀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된 것이다.

7세 소녀의 참담한 죽음은 미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뉴저지 주의회는 이른바 '메이건 법'(Megan's Law)을 통과시켰다. 성범죄 전과자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더라도 해당지역 경찰에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토록 의무화한 법이다.

지금은 미국의 모든 주가 '메이건 법'을 채택해 성범죄 전과자를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연방법은 더욱 엄격해, 특히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는 출소 후 거주지는 물론 직장 등 신상에 변화가 있을 경우 경찰당국에 신고,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등록기간은 최소 10년에서 때로는 영구적이다.

이를 어길 경우 가중처벌돼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된다.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이들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성범죄 전과자 명단을 웹사이트에 올려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이건의 부모도 이웃에 성전과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딸에게 주의를 줘 살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도 '메이건 법'을 알았더라면 유사한 조치를 취해 '나영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영이를 성폭행한 범죄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단순히 조모씨라고만 밝힌 당국의 조치도 그에게 12년형이란 솜방망이 처벌을 한 재판부 만큼이나 비난받아 마땅하다.

나영이는 장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손상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에서라면 조모씨는 살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질러 족히 200년 형은 받았을 것 같다. 조씨에게 씌어진 대여섯 가지 혐의마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면 이런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메이건 법'처럼 한국도 '나영이 법'을 만들면 어떨지 싶다. 어린이 성폭행과 같은 반인륜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추방하자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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