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 함장 “해적 공격받던 북한 다박솔호 구출 잊지 못해”

by 인선호 posted Sep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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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국적 상선에 총격을 가한 해적선을 제압할 땐 우리에게도 총을 쏠까 우려했는데 성공적이었어요.”

한국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파병된 전투함인 문무대왕함(4500t급) 함장 장성우 대령은 지난달 4일 해적선을 직접 제압하던 아슬아슬한 상황을 설명했다. 15일 진해 해군기지 11번 부두에 정박해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문무대왕함을 방문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 3월 13일 진해를 출발해 아프리카 소말리아 앞바다 아덴만의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박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완벽히 완수하고 186일 만에 귀환했다.

청해부대 1진 장병 298명은 아프리카 북부 아덴만의 지부티항을 출발해 3박4일간 편도 640마일(1024㎞)을 왕복하는 고된 작전을 수행했다. 한번 작전을 벌이면 20일가량 바다에 떠있어야 했다. 파병 동안 22차례 출동해 325척의 우리 선박을 호송했다. 해적에게 피랍되기 직전의 선박 7척도 구해냈다.


장 대령은 “북한핵 문제로 남북 간 긴장이 첨예하던 5월 4일 북한 다박솔호를 해적으로부터 구해낸 것이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기억했다. 당시 북한 선장이 “Collision Warship(해적 접근)”을 외치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무선이 인근의 문무대왕함에 포착됐다. 문무대왕함은 한국말로 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하다 영어로 교신했다. 해적을 돌려보낸 후 “대한민국 해군이다. 안심하라”고 하자 다박솔호 선장은 “왜 아까는 영어로 교신을 했었나. 고맙다. 끝까지(안전지대로 진입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해적 출몰이 부쩍 잦아진 아덴만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해적들이 인근을 항해하는 군 화물선을 상선으로 착각하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가 총격전 끝에 제압당한 경우다.

이번 작전에서 문무대왕함은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청해부대 작전참모인 정승균(해사 44기) 중령은 “해적 출현이란 무선 접수 후 20∼30분 안에 구출하지 못하면 해적에게 피랍된다”며 “우리는 5분 만에 링스헬기를 출격시켰다”고 말했다. 미 해군 등 다른 나라는 20분가량이 걸렸다. 정 중령은 “그동안 대간첩 훈련 등 평소 신속 대응 훈련을 했고 이동 중에도 계속 교육한 덕택”이라고 말했다.

작전 기간 날씨도 만만찮았다. 내리 쬐는 태양에 갑판의 철판에서 계란 프라이를 할 정도였다. 밤이면 습도가 100%에 육박했다.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이 공수해준 김치 1t은 큰 활력소가 됐다. 정 중령은 “귀한 김치는 장병들이 맨밥에 비벼 먹었다”고 기억했다. 김치와 야채는 현지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파병 기간이 6개월을 넘다 보니 승조원 가운데 4명이 바다 위에서 2세 탄생 소식을 들었고 맹장염 환자가 선상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장 대령은 “연합해군사령부가 우리 해군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아예 해적들의 출몰이 가장 많은 소말리아 부사소 북단 지역을 맡겼다”며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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