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까지 받은 교수에 대해 사건발생 1년이 넘도록 최소한의 징계조차 내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는 검찰로부터 기소를 받은 교수를 해임하는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해당 교수는 징계는커녕 이번 학기 전공 강의까지 개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문과대학 A 교수는 지난 2007년 술에 취한 제자를 인근 여관으로 끌고 가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A 교수는 교수직을 그만둔다는 조건으로 피해자로부터 고소 취하를 받아내, 검찰은 지난 해 5월 A 교수를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법원이 "범행의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A 교수에게 징역형을 내렸는데도 고려대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학교는 형사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교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려대 정관에서도 관련 처분을 명문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대는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모 교수를 곧바로 해임했다.
하지만 고려대는 A교수의 직위를 박탈하기는커녕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는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동안 A 교수는 언론보도로 학교가 떠들썩한 기간 동안 교수직을 유지한 채 안식년이라며 일본에 머무를 수 있었다. 심지어 실제 개설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학기 학부 전공수업을 개설하기도 하는 등, 전과 다름 없이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해당 과 학생인 이모(28) 씨는 "학교가 강사와 조교들에게 관련 사건을 밖에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교칙과 교훈이 있는 학교에서 제자를 상대로 나쁜 짓을 저지른 교수를 감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모(26) 씨 역시 "해당 교수보다 학교가 더 실망스럽다"며 "해당 과뿐 아니라 학교 전체가 공범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성폭행 혐의가 있는 교수로부터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여학생들에게 특히 2차적인 피해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박모(26) 씨는 "그런 교수가 어떻게 계속 수업을 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작 피해자는 학교에서 사라지고 다른 학생들도 대학원 가서 계속 공부할 지도 모르니 아무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기소 당시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물론, 해당 과 학생들까지 내용을 아는데도 고려대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발뺌하기 바빴다.
교직원에 대한 징계를 담당하는 교무지원팀 관계자는 "법인에 징계를 열어달라는 요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A 교수가 검찰에 기소될 당시 학장을 맡았던 모 교수는 "우리는 모르고 있는 일"이라며 "당시 A 교수는 학교에도 없었다"고 말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학내 성폭력 사건에 관여하는 양성평등상담소 역시 "해당 학생이 우리 측으로 신고하지 않는 한 관련 사건을 알 수 없다"며 "지난 1년 동안 징계위가 열린 사건은 아예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