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택시기사 무차별 性관계

20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가 6년여간 충북 제천 일대에서 수십명의 여성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수년 동안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환자 관리에 허점을 노출,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13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전파 매개행위 혐의로 택시운전기사 전모(27)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2003년 군 신병훈련소에서 에이즈 증세로 의가사 제대, 그해 8월 질병관리본부의 정밀진단을 거쳐 에이즈 환자로 등록되고도 최근까지 무차별적인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1일 여성 속옷만을 골라 훔치는 변태적 절도행각을 벌여온 전씨를 검거했다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검거 당시 전씨가 숙식했던 제천시 청전동 원룸에서는 400여장의 여성 속옷과 함께 10여명과의 성관계 장면이 촬영된 휴대전화 영상 파일이 발견됐다.

전씨는 수시로 유흥주점 여성들을 부르거나 택시기사로 일하며 만난 여성 취객 등을 자신의 원룸이나 모텔 등지로 유인해 성관계를 갖고 이를 촬영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씨의 휴대전화에서 70여명의 여성 전화번호를 확보해 신원 확인에 나서 3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경찰은 전씨가 인터넷 채팅으로도 여성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실제 성관계를 가진 여성이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성 접촉 과정에서 고의로 콘돔 등 감염 예방 기구를 전혀 사용치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에이즈에 감염된 데 대한 적개심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씨는 자신이 에이즈 보균자라는 자괴감과 상실감 때문에 여성과의 성관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양성애자인 전씨는 20세였던 2002년 채팅으로 만난 30대 후반 남성과 성 접촉을 한 뒤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제천시보건소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차례 전화상담만 했을 뿐 성 접촉은 전혀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행 ‘에이즈 예방법’은 에이즈 환자로 등록되면 성관계 시 콘돔 사용만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확인이 어려워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실제 2008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감염자 797명 중 감염경로가 밝혀진 459명 전원이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같은 해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 감염자의 39.4%가 콘돔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반면 ‘매번 사용한다’는 응답은 19.2%에 불과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씨는 에이즈 양성 확진 이후 관할 보건소 담당자와 30여차례 이상 주기적인 상담 및 건강관리를 받아 왔다”며 “에이즈 감염력 측정지표로 볼 수 있는 주기적인 HIV RNA 정량검사 결과 에이즈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으로, 타인과 성관계 시에도 감염력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