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풀기 나선 당국…‘실탄’ 모자라 적극개입 한계

by 인선호 posted Mar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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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4~5% 폭락한 뒤 3일 열린 서울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 1600원 돌파, 코스피지수 1000 붕괴’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9.7원 치솟은 159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코스피지수는 993.85로 장을 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표는 개선됐다. 장 끝에는 환율이 전날보다 오히려 17.9원 내린 1552.4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피 지수는 6.76 올랐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환율을 떨어뜨리면서 투자심리를 전반적으로 안정시킨 효과가 컸다.

외환당국은 개장 초부터 달러를 풀었다. 환율이 1600원 위로 치솟는 것을 방치할 경우,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급격히 확산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지속하지 않는다. 외환시장을 의연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에 신호를 보냈고, 외환딜러들은 이 발언에 당국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당국은 2일과 비슷한 수준인 7억달러 안팎의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시장 여건이 아주 좋았다. 나스닥 선물지수는 아침부터 반등세를 이어갔고,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도 약했다. 세계 금융불안으로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와 영국의 파운드, 일본 엔에 견줘 약세를 보인 것도 당국의 개입 효과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달러당 1600원선은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역외에서 달러 매도세가 나온 것은 씨티그룹 국유화나 에이아이지(AIG) 구제금융이라는 재료가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동안은 당국의 방어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한숨을 돌린 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회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자고 외환 보유액을 마냥 까먹기는 어렵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300억달러 가운데는 163.5억 달러를 이미 썼다. 일본과의 통화교환 계약에 따라 200억달러를 쓸 수 있지만, 이 자금까지 끌어쓰는 것은 시장 심리를 오히려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유럽 중앙은행(ECB)과 통화교환 거래를 열거나, 미국과 통화교환 규모를 확대해 방어막을 확충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4월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아직은 낮다. 환율의 추가 급상승 조짐 때 방어적인 개입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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