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가 돼버린 스포츠센터…희생자 빈소 울음·탄식

by 인선호 posted Feb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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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 스포츠센터 붕괴사고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여가 지난 17일 오후 7시45분께 스포츠센터 지하 1층 복도가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복도 곳곳에는 이날 오후 발레 강습을 받던 아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신발주머니, 스케치북 등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널려져 있었다.

복도의 벽은 무너져 가로 1m, 세로 1m 정도 크기의 7~8개 잔해로 조각나 있고, 천장은 시커먼 속을 내보인 채 흉측한 배관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형광등 몇 개는 천장에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다.

아비규환의 장소로 바뀐 현장 곳곳은 무너진 벽돌과 시멘트 등 잔해들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있어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여가 지났지만 새하얀 시멘트 가루와 먼지 등이 남아있어 마스크를 쓰거나 손으로 입과 코를 막지 않으면 현장을 둘러보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도 갑작스런 건물 붕괴에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스포츠센터 지하 1층 복도와 주차장, 사무실 등에 있던 학부모와 수영강사, 직원 등은 아비규환을 방불케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목격자이자 스포츠센터 관계자인 최창용씨(29)는 "4시5분께 쿵 하는 소리가 나서 119에 신고했고 강사와 직원들이 아이들 대피시켰다"며 "4시 수업 받는 학생들을 기다리느라 일부 학부모들은 복도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려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있는 스포츠센터 수영강사 이유섭씨(32)는 "사고 당시 너무 정신이 없어서 구급차를 타고 온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중·경상을 입은 학부모와 수영강사 등이 치료를 받고 있는 고려대병원에는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의 울음과 탄식만이 흘렀다.

병원 응급실에는 충격적인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상자 가족들의 애처로운 흐느낌만이 울려퍼졌다.

이날 사고로 중상을 입은 김성희씨(39·여) 언니는 "내 동생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김경복씨(41·여) 빈소에는 밤 늦게까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고, 빈소에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명복을 비는 찬송가 소리만 아득하게 울려퍼졌다.

김씨의 사촌 동생 천명희씨(40·여)는 "평소 성격이 밝고 봉사도 열심히 하는 착한 언니였다"며 "8살짜리 조카를 데리러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천씨는 "조카가 말하길 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잔해에 깔렸다고 한다"며 오열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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