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비상사태’… 추락 속도 예상보다 훨씬 심각

by 인선호 posted Jan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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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8년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은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대비) -5.6%는 외환위기 이후에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수치다.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의 모든 핵심지표도 10여년만에 최악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경제, 외환위기 이후 최악 =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표’는 한은을 비롯한 모든 예측 기관의 전망보다 훨씬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12월12일 ‘2009년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4분기 GDP 성장률을 전기대비 -1.6%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집계결과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5.6%(전기대비)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1분기(1~3월, -7.8%) 이후 최악이다. 1998년 1분기 이후에도 분기별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는 세 차례 있었지만, -1%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한은은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도 0.7%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치는 -3.4%였다. 1998년 4분기 -6.0% 이후 최악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수의 근간인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4.8%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1분기 -11.6% 이후 최악이다. 한은의 전망치인 -1.3%보다 훨씬 낮다. 성장 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16.1%로 1998년 1분기 -17.8% 이후 최악이었다.

◆제조업 추락 사상 최악 = 지난해 4분기 국내 경기 급락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12.0%를 기록, 3분기(7~9월) 0.3%에 비해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제조업의 성장률이 이렇게 악화된 적은 없었다.

제조업 성장률이 급락한 이유는 수출 부진의 영향이 크다. 재화수출은 지난해 4분기 11.9% 감소해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었다. 수출 부진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액 잠정치는 124억7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5억4000만달러에 비해 28.9%나 급감했다.

경기후행 지표인 고용 악화가 현실이 되면서 내수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2324만5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만2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악화하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 돈(가처분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소비 등을 주축으로 한 내수 침체가 심각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국내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내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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