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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이명박 정권이 점차 안정세를 찾는 듯하더니 돌연 '용산철거 사망사고'라는 대형 악재에 또다시 직면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광화문 한복판에 소위 '명박산성'을 쌓고, 긴급 투입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최루 물대포'를 쏴댈 때부터 이미 예견된 참사이기도 하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와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질곡도 많았지만,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의 가치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적어도 막걸리를 마시다 정부 욕하면 잡아가던 세상은 갔고, 국민 누구나 자신의 주의 주장을 거리낌없이 발산하는 나라가 됐다.

순간 퇴보하거나 정체하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보해온 게 역사이자, 우리 사회다.

자기 주장을 절제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미덕이 아쉽긴 하지만 젊은이들은 물론, 그동안 가부장적 권위에 눌려 지내던 50~60대 어머니들의 일부가 황혼 이혼을 거론할 정도로 극도로 자제했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런 세상이 됐다.

더욱이 부의 불평등과 이에 따른 교육 격차가 심화되면서 갖지 못한 자들의 반감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심해지고 있다.

가장 권위주의적인 곳인 군대마저 불과 몇 년전에 비해 180도 바뀌었다. "군기가 빠졌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병사들의 요구를 수용, 안락하고 가족적인 내무반 분위기를 일궈놨다 한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에겐 너무도 익숙했던 구타는 말할 것도 없고 기초적인 '얼차려'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직장 상사라고 부하 직원에게, 또 어버이라고 자식에게 그들의 존엄성과 인격까지 무시해가면서 지시하고 꾸짖으면 요즘의 그들이 과연 말을 듣던가.

한국은 지난 20년전, 10년전, 심지어 불과 5년전에 비춰봐도 너무 많이 변했다.

일부 기성세대들과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일방주의적 지시와 이행이라는 상의하달식 문화에 젖어있을 수 있으나 세상은 그들의 그러한 행태를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세상이 이처럼 달라졌는데도 정권을 담지한 세력의 국정운용, 특히 권력운용 방식은 달라진 세태를 따라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권 초기 조각을 차치하고서라도 엊그제 단행된 권력기관장과 장차관 인사, 대표적인 공기업 같은 KT와 POSCO의 사장 교체와 선임 절차만을 놓고 볼 때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오죽하면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집권 여당의 중진들까지도 이번 개각에 대해 실망스럽고 서운하다고 말했을까.

연말연초 국회가 난장판으로 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일부 여권내 강경파들이 미디어관련법 등 상당수 쟁점법안을 밀어붙이려다 야당의 강력 대응에 발목이 잡혀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김형오 국회의장과 홍준표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대로 직권상정을 했다면 국회에서 용산 참극과 비슷한 사태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당시 청와대와 친이 직계 의원들은 지도부가 무능해 야당에 끌려다녔다고 비난했고 일부 보수 언론도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그들의 당초 의도대로 만약 밀어붙였다가 결과가 잘못됐더라면 그들은 다 뒤로 빠지고 여당 지도부가 책임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용산 철거민 사망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70~80년대 그 많던 철거민 철거 때도 발생하지 않았던 사고이기에 더욱 그렇다.

왜 이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을까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것과 상관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닐까.

경찰청장 영전을 앞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집회 시위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거나, 이번과 유사한 과거 사례를 참고했더라면 무리하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했겠느냐는 의문도 든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둔 그가 좀더 심사숙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 사회의 최고 취약계층인 철거민들이 생존을 울부짖는 목소리 아니었나.

그들 중에 설령 이주비를 더 받겠다는 목소리가 있었다손치자. 그래도 과잉 진압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점을 예측했어야 한다.

자신을 인정해준 임명권자에 대한 과잉 충성이든, 아니면 소신이든간에 어찌됐던 그 화가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고려를 했어야 한다. 김석기 서울청장은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한 듯하다.

한 경찰 간부는 "김석기 청장 내정자가 과거에 중책을 맡아본 경력이 있거나 정보와 경비 분야에서 근무를 했다면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보다는 고향(경북 영일)과 출신 고등학교(대구 대륜고) 덕분에 영전했다는 경찰 내부 평가까지 들린다.

최고 집권자는 정권을 잡기까진 충신(忠臣)이 필요하지만, 이후 권력을 장악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는 능신(能臣)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 정권은 지나치게 충성심만을 잣대로 삼는 건 또 아닐까.

휘발성이 가장 강력한 시너 70통으로 철거민들이 무장한 걸 알고도 특공대와 여경 기동대원까지 현장에 투입시켰기에 김석기 청장 책임론은 피할래도 피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청와대의 강경 드라이브와 속도전은 이를 집행하는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의 무리수와 자충수를 불러오게 돼 있다. 지금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은 아니지 않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태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민주화를 위해 많이 참았고, 그게 민의의 성장과 맞물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문민 정권 3대를 거치면서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권 역시 좋든싫든 이같은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

집권 2년차 국정개혁도 좋고, 치적 쌓기도 좋고, 성과내기도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세상이 변했고 국민이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게 할까를 고민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촛불에 너무 세게 데었던지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만 풍기고 있다.

몇 시간 뒤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오마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강권의 리더십'이 아닌 '설득의 리더십'을 한번쯤 고려해보면 어떨까.

설득이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소통'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 때 철거민들을 수없이 찾아가 최후의 1인까지 설득했음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국민이 많고 지지자들이 그러한 권력 운용을 요구할지라도, 끊임없이 알리고 이해하도록 설득하는 리더십을 구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마이동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참극을 또다시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 정도로 어물쩡 넘어가려 하면 비슷한 사건 사고가 잇따를 것 같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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