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성탄 트리 꼭대기에 ‘별 대신 십자가’ 논란

by 인선호 posted Dec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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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사진)가 불을 밝혔다. 그런데 이 트리가 누리꾼·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트리 맨 꼭대기에 달려 있는 십자가에 대해 “특정 종교 색채가 너무 강하다” “탄생을 의미하는 별로 바꿔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청 광장 앞 트리에는 원래 별이 달려 있었다. ‘별 자리’를 십자가가 차지한 것은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임 첫 해부터였다. 이때부터 서울시는 트리 설치에서 손을 뗐다. 대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단체가 맡았다. 특정종교 행사에 시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트리 설치를 기독교 단체에 넘기면서 시민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자체 예산으로 트리를 설치하게 된 기독교단체들이 2002년부터 트리 꼭대기에 별 대신 십자가를 달자, 시민들은 시 게시판 등에 “십자가를 별로 바꾸라”는 민원을 올렸다.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상징하는 별을 올리는 것이 맞고, 십자가는 예수 탄생의 상징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라며 “십자가를 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서울시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트리 꼭대기의 대형 십자가 장식물은 종교적 색채를 너무 띠는 것 같다”며 “유럽처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특정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닌데,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시청 앞에 십자가 트리를 설치한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다음부터는 서울시 예산으로 트리를 제작하시길 권고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기총 박승철 홍보부장은 이에 대해 “트리에 별만 장식해야 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며 “별은 맞고, 십자가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월 초파일에도 불교단체들이 불교 상징물을 광장에 세우고 있다”며 “트리에 십자가가 있다 해도 특정 종교에 편향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년 1월10일까지 설치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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