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생활관(내무반)에서 발생한 수류탄 폭발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체포됐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수사본부가 수류탄 폭발 사건이 발생한 GP에 함께 근무 중이던 황모(20) 이병을 범행의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류탄이 폭발한 당시 GP에서 근무했던 황 이병으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았다”면서 “수사본부가 확보한 각종 증거물과 황 이병의 진술을 통해 범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황 이병은 야간 경계근무를 마친 뒤 GP 상황실에 보관된 다른 병사의 수류탄을 몰래 갖고 나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에 따르면 황 이병은 22일 야간 경계근무조에 투입돼 23일 자정쯤 근무를 마쳤다. 이어 황 이병은 자신의 수류탄과 실탄을 GP 상황실에 일단 반납한 뒤 다시 상황실에 들러 이모 이병의 탄통에 든 수류탄을 가지고 나와 범행에 사용했다.

수사본부는 폭발한 수류탄에 부착됐던 녹색 테이프가 황 이병의 관물대 근처에서 발견된 데 주목해 황 이병을 추궁한 결과 자백을 받아냈다. 또 유전자(DNA) 감식 등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동원해 내무반에 흩어져 있는 폭발 수류탄의 안전손잡이 등에서도 황 이병의 지문과 땀 등을 발견해냈다. 폭발 당시 출입구 왼쪽의 부상자 5명과 같은 침상의 안쪽 둘째 자리에 있었던 황 이병은 안전핀과 안전고리(안전클립)를 뽑아 취사장 쪽으로 버린 뒤 출입문 쪽으로 수류탄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취사장은 출입문 반대쪽에 있다.

육군에 따르면 황 이병은 지난 7월 입대했으나 최전방 근무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황 이병은 진술에서 “GP 근무도 힘들고 (GP 리모델링 공사 뒷정리) 작업도 힘들었다”며 부적응에 따른 불만을 범행 동기로 밝혔다고 육군 관계자가 전했다. 육군은 2005년 GP 총기 사건 이후 80여 개의 GP 시설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한편 수사본부 관계자는 “상황실에서 수류탄을 훔칠 때 선임병들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황 이병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상황실 근무자들이 복무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28일 황 이병에 대한 구속영장을 6사단 보통검찰부에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