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은행인 HSBC는 19일 한국의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HSBC는 이날 발표문에서 현재의 세계 금융시장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자산가치 등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 론스타와 맺기로 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SBC는 지난 7월 말이 시한인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연장하며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론스타와 가격 재협상을 벌여왔다. 당초 계약상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조건은 지분 51%, 가격은 60억1천800만 달러(약 6조원)이다.

HSBC는 가격 재협상이 난항을 겪은데다 한국 정부가 언제 승인할지 불투명하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마저 혼란에 빠지자 외환은행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달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에 착수했으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HSBC의 인수 자격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적절한 시기에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HSBC의 인수 포기 결정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 지분을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없는 10% 미만으로 쪼개 팔거나 국내외에서 다른 인수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은 외환은행 인수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지난 7월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절차가 지연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HSBC의 계약 파기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국외환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HSBC가 인수를 포기한 것 같다"며 신용 경색의 여파로 좋은 금융 매물들이 싼 가격에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좀 더 관망해보자는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런던 금융가 시티에서 일하는 한국인 금융전문가도 "신용 경색 때문에 외환은행의 인수가 매력이 없어진 것 같다"며 "HSBC가 설사 인수 의지를 가졌다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값을 깎으려 했을 테고, 론스타가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