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와의 전쟁', 생색내기 우려

by 인선호 posted Sep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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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4주년을 앞두고 경찰이 성행위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주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성매매 여성들의 탈(脫)성매매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장안동에서 시작된 '성매매와의 전쟁'이 대전 유천동을 거쳐 부산 지역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완월동에 상륙했다.

경찰은 올 들어 246개 업소를 단속해 업주 334명과 성구매 남성 1587명을 입건한 데 이어 최근 성행위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에 힘입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 천명에 달했던 완월동의 성매매업 종사자는 1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성행위 업소를 폐쇄하거나 성매매 여성이 업소를 그만두게 하는 자활 지원책은 없어 성매매를 음성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완월동과 해운대 등 전통적인 집결지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는 170여 명에 불과한 반면, 안마시술소와 남성휴게텔 등 유사 성행위 업소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행위 업소에 대한 단속을 관할 경찰서가 아닌 부산경찰청 차원의 전담반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와 자활을 돕고 있는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완월동의 역사가 거의 100년"이라며 "돈을 받았는지를 떠나서 경찰과 업주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전방위 단속으로 업주가 자살하는 소동을 겪은 서울 장안동에서도 상납 명단이 공개된 이후 단속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업주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관할 경찰의 단속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경찰 단속 또한 처벌 위주가 아니라 현장 NGO와 연계해 자활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소장은 "경찰이 단속을 하긴 하는데 성매매여성을 인계하진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업소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체계적인 자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단속이 일시적인 '전시효과'를 넘어 실제 업소를 폐쇄하고 성매매여성이 업소를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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