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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기업 주재원 10여명이 모였다. 이날의 화제는 단연 올림픽 기간에 중국 관중들이 보여준 ‘반한감정’이었다. 삼성의 한 주재원은 “조만간 중국에서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중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한국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들에겐 야유를 퍼붓고, 상대 선수들에겐 “자요우”(加油·힘내라)를 외쳤다. 상대가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이어도 중국 관중들의 응원은 한국을 향하지 않았다. “시합에서 약자를 응원하되, 일본만은 예외”라는 중국 민족주의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인터넷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신랑, 소후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포털에선 한국을 비웃거나 깎아내리는 댓글이 넘친다. 검색 포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반한정서’라는 표제어가 버젓이 올라 있을 정도다.

중국인들의 반한응원은 올림픽 전부터 준비됐다. 서울에서 성화를 봉송하는 과정에서 터진 친중국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법처리가 화를 돋우더니, 쓰촨성 대지진을 천벌이라고 조롱한 한국 누리꾼의 댓글이 불을 질렀다. 급기야 한국의 <에스비에스>(SBS)가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을 공개하자 한국에 야유를 보내자는 ‘사발통문’이 돌았다.

이런 반한감정의 폭발은 과거 ‘한류’의 확산을 떠올리면 가히 상전벽해다.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밀려오기 시작한 한류는 2005년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절정에 올랐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노래, 패션을 좋아하는 ‘하한쭈’(哈韓族)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록시키면서 반전하기 시작했다. 단오는 원래 중국 고유의 명절인데 한국이 이를 강탈했다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역사를 빼앗아간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후 중국에선 이른바 ‘한국원조론’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한국이 한자와 침술을 자기네 것이라고 떠벌린다, 중국의 미인 서시도 한국인이라고 내세운다는 식의 근거가 없거나 희박한 주장들이 마치 한국의 정론인 것처럼 포장돼 확산됐다. 이는 결국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반발과 비슷한 심리구조를 인터넷에 고착시켰다.

인터넷의 이런 반한감정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누리꾼들에 의해 증폭된다. 중국 개혁개방의 달콤한 열매를 먹고 자란 이들은 조국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으로 뭉쳐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과거처럼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반한감정은 이들의 애국심과 민족주의가 한국의 부정적인 측면을 향해 투사되는 통로인 셈이다.

반면,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태도는 이런 중국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불안이 중국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흔들고 있다. 한인회의 한 간부는 “중국을 여전히 후진국으로 보는 시각과 대국으로 보는 시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국의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반한감정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본받아 발전한 중국이 이젠 좀더 높은 단계의 산업을 원하고 있으나, 한국의 실력이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한감정은 이제 한국의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으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 사례가 한국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기업체 임원은 “중국의 인터넷과 누리꾼들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이들이 특정 기업을 공격하면 누구도 배겨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한 이후 급속하게 관계를 발전시켰다. 그 기간에 두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모든 방면에서 우호관계를 확립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주요 투자국이다.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전면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반한감정은 두 나라의 이런 밀월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접촉면이 확대되면서 서로 보지 못했던 부분이 돌출하고, 뒤이어 갈등의 싹이 커지고 있다. 크게 보면 한·중관계가 호시절을 벗어나 현실화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친한에서 반한으로 넘어온 중국인들의 시각이 혐한으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지한(知韓)으로 깊어질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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