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꿈’ 도전하는 중년·주부들 북적

by 인선호 posted Aug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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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교를 앞두고 제1회 법학적성시험(LEET)이 치러진 24일, 각 대학 등에 마련된 고사장 풍경은 마치 토익 시험장을 방불케 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사법시험 분위기가 치열하고 엄숙하다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로스쿨 관문 시험을 보러온 LEET 고사장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자유로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시험장은 자녀나 친구, 또는 늦은 나이에 새 인생에 도전장을 내민 부모를 응원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인 응시자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이날 서울 연세대 고사장에서 만난 공무원 양모(38)씨는 “근무 중 혼자 틈틈이 준비해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다”면서도 밝은 얼굴이었다. 양씨는 “원래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잘 안 돼서 2~3년 전 모 시청에 취직했는데 로스쿨에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교시 ‘언어이해 영역’ 시험 종료 후 응원 나온 딸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간 40대 초반의 김모씨는 “아빠가 답을 몰라 10문제나 찍었다”면서도 싱글벙글했다. 김씨는 “어렸을 땐 가난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며 좋아했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30대 중반 한모씨는 “법조인이 되고 싶었으나 사법시험은 직장 다니면서 준비하기에 벅찼다”며 “그러나 로스쿨은 돈은 좀 들지만 안정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뿐 아니라 가정주부나 취업준비생들도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며 시험장을 찾았다. 이날 서울 건국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주부 안모(31)씨는 “결혼 후 아이 때문에 직장을 관뒀다”며 “이제 나도 다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LEET를 대비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로스쿨 준비 학원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학원에서 준비했던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 유형이 크게 달랐고 난이도 차이도 심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춘천, 제주 등 7개 지구에서 실시된 이날 LEET에는 전체 지원 인원 1만960명 중 9690명이 시험을 치러 88.41%의 응시율을 보였다. LEET 성적은 9월30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홈페이지(www.leet.or.kr)를 통해 응시생들에게 통보되고, 로스쿨별 원서는 10월6일부터 10일까지 접수한다. 로스쿨별 전형은 두 차례로 나눠, (가)군이 11월10일부터 15일까지, (나)군은 11월17일부터 22일까지 각각 6일간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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