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판매하는 ‘에이미트’ 매출 40배↑

by 인선호 posted Jul 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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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에이미트 직판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국수입육협회 박창규 회장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인 만큼, 연일 계속되는 언론 취재로 유명세도 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모두 233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았다. 에이미트 쪽은 “이달 초 판매가 시작된 뒤 택배와 도매 판매를 포함해 20t 가까이 팔렸고, 하루 평균 30만원이던 매출도 1200만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에이미트가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희소성을 꼽았다. 현재 팔리는 쇠고기는 지난해 10월 검역중단 이전에 수입됐다가 냉동보관됐던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이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곳은 이곳을 포함해 박 회장이 운영하는 직영 체인식당 네 곳이 유일하다. 사촌동생과 나눠먹으려고 네 근(2.4㎏)을 샀다는 오아무개(32)씨는 “좋은 품질에 낮은 가격이라 많이 샀다”고 말했다. 인근 정육점에서 한우 등심 100g이 5천원이지만 이곳 미국산 쇠고기는 2300원이었다. 이 때문인지 한 뷔페 식당에서 대량으로 구입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곳만의 독특한 소비 행태도 관찰됐다. 주변 주민이 아니라 ‘촛불을 끄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정치적 소비자’로 보이는 이들이 특히 많았다.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주부 김아무개(48)씨는 “촛불집회를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쇠고기를 사러 왔다”며 “나는 먹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담동에서 온 대학생 고아무개(26)씨는 “합리적 소비를 통해 건전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쇠고기를 수입해야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동요를 일으키는 극소수의 반대하는 모습만 매스컴에 보도된다”며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육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보통 2근(1.2㎏) 안팎의 분량을 사는 것에 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최소 2㎏에서 많게는 7~8㎏씩 대량으로 사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 잠실에서 온 강덕호(71)씨는 “어제 7㎏을 사서 자식, 손주들과 함께 먹었고, 맛있어서 또 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촛불집회는 반미·반정부 집회”라며 “(미국소를) 미친소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등포에 사는 권아무개(62)씨도 “가족들에게 나눠준다”며 알등심과 차돌박이 5㎏을 9만원에 사갔다. 단체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로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교회는 12㎏을 구입해 갔고, 분당 지역의 한 급식업체도 20㎏을 사 갔다.

보통 정육점에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은 데 견줘, 에이미트를 찾은 손님들은 남성 비율이 6 대 4 정도로 높은 점도 특징이다. 이들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들로, 20~30대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 일산, 평택, 안산, 서울 노원 등 멀리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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