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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 아들인데 전경들을 왜 미워해요?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요. 그냥 이렇게 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시위가 두달 동안 계속된 서울 세종로 사거리 인근 신문로2가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8ㆍ여)씨.

그는 28일 촛불 거리 시위를 막기 위해 출동한 아들 한모(23ㆍ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상경의 안전이 걱정돼 멀리서나마 아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태평로 서울시의회 의사당 앞으로 나갔다가 전경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오른쪽 귀 위 머리를 방패로 찍혀 세 바늘을 꿰매고 발로 가슴을 채여 몸과 마음에 모두 멍이 든 그였지만, 김씨는 역시 ‘어머니’였다. 아들과 같은 부대 동료일지도 모를 전경들에게 봉변을 당했지만 그들에게 원망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잠시 새우잠을 잔 뒤 시위 진압에 투입됐을 아들의 안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다만, 모두 아들 같은 전경들과 시민들이 뒤엉켜 폭력을 주고받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30일 식당에서 만난 김씨는 “이젠 기억조차 하기 싫다”며 한참 뜸을 들인 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경들이 우루루 지나간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가 식당 영업을 마치고 남편 한모(50)씨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시간은 28일 오후 10시 30분께였다. 1년 전 의경으로 자원 입대한 아들이 촛불집회 개최 이후 가장 격렬한 양상이 전개됐던 26일 새문안교회 앞에서 시위대와 직접 대치했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도저히 집으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과 시위대는 태평로 서울시의회 의사당 부근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29일 새벽 0시께 시위 현장을 지켜보던 김씨 부부 눈앞으로 시위대 인파가 확 밀려들었다. 그 뒤로 시위대를 맹렬히 추격하는 전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시위 참가자는 타고 왔던 자전거를 내팽겨친 뒤 뛰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마시던 음료수를 던져버리고 시청쪽으로 도망쳤다.

김씨 부부도 손을 잡고 뛰었지만 그만 김씨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곧이어 전경들의 ‘방패 폭행’이 이어졌다. 뒷머리가 방패에 가격당한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김씨는 남편과 함께 한 시민의 차를 얻어 타고 오전 1시께 국립의료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응급실은 이미 부상을 당한 시민들로 넘쳐났고, 부부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적십자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전 2시께 적십자병원에 도착한 김씨는 다행히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상처 부위를 꿰맨 뒤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김씨 부부는 가슴 속에서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과 분함을 꾹꾹 눌렀지만, 결국 집에 들어선 뒤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솔직히 우리도 사람인데 처음엔 (전경들이) 야속했어요. 그 동안 아들이 근처에서 근무 중이라고 전화라도 오면, 곧바로 음식을 만들어 바리바리 싸 가지고 아들과 동료 전의경들에게 먹이곤 했거든요. 부모 마음란게 그런 건데…, 그날도 아들이 걱정돼 나가본 건데 말이에요.”

하지만 김씨 부부의 서운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김씨가 부상을 당한 29일 오전 시위진압을 위해 세종로 사거리 인근에 있던 아들이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아왔고, 아들을 보자 잠시 전경들에게 서운함과 야속함을 느끼고 있던 김씨 부부의 마음도 이내 풀려버렸다. 시간이 없다며 금새 자리를 뜨는 아들에게 점심 한끼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한 게 서운할 따름이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다음부터는 위험하니 집회나 시위가 있으면 절대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무리 어렵고 설령 시위대들이 흥분 시켜도 폭력을 휘두르기 보다는 우선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타일렀다.

아들은 “알겠다”며 김씨를 안심시켰지만, 아들이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조직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김씨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옆에 있던 아버지 한씨는 “아들이 집회 막는 고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아들 곁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봐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김씨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져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결국 이런 지루하고 과격한 폭력 시위의 피해자는 시민과 젊은 전경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씨는 “정부나 시위대나 한발씩 양보해 어서 이 무겁고 암울한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아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이고, 하룻밤이라?편히 재울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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