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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이웃집 꼬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다급한 아이 목소리가 두려움을 잊게 했던 것 같아요.”

18살 소녀가 큰 일을 해냈다. TV로 경기 일산 초등생 폭행ㆍ납치미수 사건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촬영내용을 본 국민들은 31일 윗층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겁도 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던 한 소녀에게 갈채를 보냈다.

대입 준비를 하고 있는 장모(18)양이 경기 고양시 아파트 단지 내 1층 집에서 베란다 밖을 보며 늦은 점심을 들고 있던 26일 오후 3시 44분께. 같은 동에 살아 안면이 있는 A(10)양이 귀가하는 모습 뒤로 낯선 남자가 급하게 ?아오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살려 주세요’라는 아이의 외침이 귓전을 때리자 순간 장양의 머리 속에는 낯선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후다닥 현관문을 열고 나가 비명소리가 난 층으로 달려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장양의 눈에는 피투성이가 된 아이와 도망가는 낯선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솔직히 두렵기도 했죠. 아이의 ‘살려 달라’는 애원에 귀가 번쩍 뜨여 1층에서 3층까지 단숨에 올라가긴 했는데, 막상 용의자와 얼굴을 직접 맞닥뜨리니까 더 그렇더라고요.”
장양은 이날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새삼 떠올리기 싫은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장양이 3층으로 뛰어 올라갔을 때 용의자는 사무용 커터 칼로 A양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장양은 “마음으로 침착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장양의 겁없는 출현에 당황했는지 50대 초반의 용의자는 장양을 보자마자 4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주했다.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 따라가고 싶었지만 저와 7살 터울인 막내 동생이 떠올랐어요. 피를 흘리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다 무서움에 떨고 있는 아이를 보니 일단 진정시켜주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아이부터 안고 저희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장양이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자 이번엔 아버지 장모(46)씨가 나섰다. 거실에 있던 딸이 갑자기 뛰어나가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장씨는 딸을 통해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용의자를 뒤?아 갔지만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왼쪽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도망가는데, 왼쪽다리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나이는 50세 정도로 보였고, 머리숱이 별로 없었어요. 얼굴은 하얀 편이었던 것 같아요.”
장씨는 용의자가 아파트 단지 내 쪽문 3개 중 이 곳 주민이 아니면 찾기 힘든 쪽문 한 곳을 통해 유유히 사라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인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이 곳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단지를 통해 그 남자를 본 주민들도 얼굴이 낯익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10년 넘게 지금 거주 지역에 사는 동안 털털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개그우먼’으로 통하는 장양, 그리고 수년째 동대표를 맡아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적인 아버지 장씨.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같은 행동을 하겠냐’는 질문에 장양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었다. “사람이 살려달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나가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경기경찰청은 이날 장양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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