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모녀 4명' 부검현장 찾은 유족의 분노

by 인선호 posted Mar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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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어떻게 네 명을 때려 죽일 수가…”

실종 21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김모(45.여)씨 등 네 모녀의 부검 과정을 지켜보려고 1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그저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김씨 유가족 5명이 검은색 그랜저 등 승용차 두 대에 나눠타고 국과수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부검 시간까지는 30분 가량 남은 시각이었다.

김씨 큰 오빠로 보이는 한 남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붉으락푸르락 한 얼굴을 쉴새없이 실룩거렸다.

김씨 유가족은 기자들 질문에 무거운 표정으로 그저 “양해해달라”며 사진촬영과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한 채 가족대기실로 향했다.

김씨의 작은 오빠로 보이는 남자는 국과수 내에 주차된 한 운구차량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땅만 바라봤다.

잠시 뒤. 대기실에 들어갔던 큰 오빠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오며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큰 소리로 “어떻게 네 명을, 머리를 때려 죽일 수가 있느냐”며 끝내 분노를 토해냈다.

이 남자는 “야구방망이로, 야구방망이로 때린 것 같아…야구방망이로”라고 되뇌며 울먹거렸다.

유가족들은 부검이 시작된 지 30분 뒤 대기실에서 나와 자신들이 타고온 승용차에 승차한 뒤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부검의의 브리핑이 시작되자 조용히 국과수를 떠났다.

부검의는 엄마 김씨와 둘째, 셋째 딸 사인을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라고 전했고 특히 큰딸의 경우 “망치 같은 것에 의해 머리를 4-5차례 가격당한 것이 직접적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일가족의 살해 소식을 접한 김씨의 이웃 주민들도 이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린 것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너나 할 것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할머니(80)는 “예쁜 아이들이었는데 너무 불쌍하다. 정말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애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 일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파출부 일을 하고 있다는 김모(50.여)씨는 “애들이 어리고 예뻤는데 부모 입장에서 너무 불쌍하다”며 “이호성이라는 남자의 인생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아주머니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김씨 일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근처에 가는 것조차 겁난다”며 몸서리를 쳤다.

또 다른 이웃주민도 “이호성씨는 모든 것을 밝히고 자살했어야한다”며 “죽은 김씨와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애들이 불쌍하지 않나. 애들이 뭔 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아파트 근처를 지나던 시민 김모(55)씨는 이호성씨에 대해 “들킬 것 같으니까 다 살해한 것 아니겠느냐. 덩치가 크니까 사람 하나 죽이는 것도 쉬웠을 것”이라며 “죽어도 싸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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