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자식을…” 法의 눈물

by 인선호 posted Jan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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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증세로 술만 마시면 부모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패륜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70대 아버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소영진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70.경기도 광명시) 피고인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 피고인은 척추 협착으로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으로, 알코올 의존증이 심한 미혼의 아들(41)을 부양해 오다 지난해 9월 11일 술에 취한 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정 피고인에게 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식이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증세로 2005년부터 정신병원을 안방 드나들 듯했고, 술에 취하기만 하면 아버지를 때리거나 흉기를 들고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옷을 입은 채로 방바닥에 대소변을 보는 일도 예사였다.

정 피고인은 범행 전날 추석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정신병원에서 지내는 아들이 안쓰러워 찾아갔다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매달리자 뿌리치지 못하고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 왔다. 그러나 아들은 집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고 다음날 만취한 상태로 어머니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정 피고인은 이날 노인정에서 돌아와 이 장면을 목격하고 말리려 했지만 아들은 자신에게도 선풍기를 들어 내리치며 “식구들 배에 구멍을 내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부서진 선풍기의 받침대를 들어 아들을 때려 쓰러뜨린 뒤 양손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소영진 재판장은 “피고인이 고령에 지체장애인으로 수형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범행 후 119에 신고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구급대원에게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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