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욕설 격투기 방불..난장판 국회

by 인선호 posted Dec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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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14일 BBK 사건 수사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및 BBK 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첨예한 대치를 거듭하다 끝내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난장판 국회를 연출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특검법에 대해서는 오는 17일까지 심사기일을 정해줌에 따라 사태는 가까스로 일단락됐지만, 이날 국회는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및 신당의 무력 진입,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양측의 몸싸움 등 최악의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 집기 등이 파손되고 일부 의원들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본회의장 내부에서 밤샘 농성을 벌인 한나라당 의원 110여명은 체인과 소파, 의자 등을 활용해 회의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신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으며, 신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오후 5시께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동원해 전기톱으로 파이프를 절단하고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신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있던 의장석을 향해 "이게 무슨 짓이냐", "이런다고 진실이 가려지느냐", "그러니까 왜 범죄자를 뽑느냐"고 고성을 질렀으며 선병렬, 임종석 의원 등은 의장석 오른편으로 걸어가 의자와 확성기 등을 집어던지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구타와 목조르기 등을 주고받는 격렬한 집단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야", "이 나쁜놈들", "나쁜 XX" 등 저잣거리에서나 있을 법한 막말과 욕설이 오갔으며,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뺨을 맞았고 같은 당 최구식 의원은 신당 강기정 의원이 휘두른 단상의 전화기에 안면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신당 서갑원 의원은 몸싸움 도중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눈을 찔려 고통을 호소했으며,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몸싸움 끝에 들것에 실려 나가기까지 했다.

또 신당 정봉주 의원이 의장석으로 뛰어들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자신이 사용하는 철제 지팡이를 사용해 정 의원을 찔러 떨어뜨렸으며, 이것이 빌미가 돼 정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며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 의사당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이날 대치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끼리 합의했으니 무조건 철수하라"는 입장을 밝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를 풀면서 일단락됐으며 신당 의원들이 오히려 의장석 및 본회의장 주변에 남아 오는 17일까지 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앞서 신당 보좌진 50여 명이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2층 속기사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30여분간 한나라당 보좌진 20여 명과 심한 욕설을 주고 받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한때 본회의장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상대당을 향한 양측간 공방도 치열했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로텐더홀에서 연좌 농성을 지휘하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틈만 나면 국법질서를 지키라고 강조하는데 정작 이 모양"이라면서 "힘들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힘을 모아 반드시 이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정동영 후보측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의원은 "올해로 의원생활 20년째인데 로텐더홀에서 의사당에 못 들어가고 연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공이 부활한다는 불길한 조짐이 든다"면서 "우리가 연좌만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옛날 같으면 문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어떻게든 문을 열고 들어가 BBK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가 엊그제 본회의장을 점거했다가 신당쪽에서 `BBK 특검법의 직권상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점거농성을 풀었으나 그 약속을 어기고 다시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표결까지 가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본회의장을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본회의장 마이크가 켜지지 않아 확성기를 통해 논평을 읽어내려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논평에서 "신당이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정치검찰의 BBK 수사의혹자료'를 만들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한 뒤 "선거를 앞두고 흑색선전물을 배포한 증거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장 밖에선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잘∼가세요 잘∼가세요'라는 노래를 부르고 야유를 놓으며 신당 의원들을 자극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탄핵소추안에 대해 `부정적', BBK 특검법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민주.민노당은 일단 물리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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