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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할 줄 알면서도 옮긴 발걸음이었지만 노인은 끝내 인터뷰를 사양했다. 여느 때처럼 환한 웃음을 만면에 띠었지만 노인의 의지는 분명했다.

"선생님 같은 분이야말로 세상의 귀감이라고 생각 합니다"

"누가 누구의 귀감이 된다는 말씀이신지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고 배워야할 획일화된 귀감이란 건 이 세상에 없답니다"

그리고 노인은 집 앞 나무에 걸린 살얼음 낀 감 몇 알을 기자에게 건넸다.

"아주 맛있어요. 가서 먹어요"

◈ 허름한 차림의 노신사가 내놓고 간 수표

지난 10월 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병리과 사무실을 허름한 행색의 한 노인이 찾았다. 청바지에 허름한 점퍼에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까지 영락없는 노숙자 행색. 직원들은 명색이 '병리과장'인 상사가 노인에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더욱 의아했다.

대학 후배인 병리과장을 찾아왔다는 이 노인은 '후배 장학금에 써 달라'며 수표 몇 장을 놓고 5분 만에 사라졌다. 남기고 간 돈은 1억 원짜리 수표 5장. 병리과장 김한겸 교수는 "선배가 배낭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더라"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자 봐라 수표다. 이거 우리 후배들 장학금으로 써라'하시더니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내 평생 지갑에 그렇게 큰돈이 들어있던 적은 처음이었죠. 밤에 꼭 껴안고 잤을 정도니까. 그리고 다음 날 대학에 돈을 전달했습니다"
돈을 받은 고려대학교 측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의례 이 정도 큰 액수의 장학금 기부에는 사진촬영이나 총장 면담 같은 절차가 따르는 법인데 모든 절차를 거절했던 것. 고려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기부식이라도 하려고 전화를 드렸지만 일언지하에 사양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기부의 주인공은 고려대학교를 나와 한때 전설적인 검도 명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전 고등학교 선생님인 64살 용 모씨.

평소 어렵게 사는 용 씨를 존경해온 고려대 후배들이 십여 년 전 '퇴직한 뒤 생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문이 운영하는 H사의 주식 수만 주를 무상으로 배당했던 것.

휴지조각에 불과한 주식 값은 지난 2005년 H사가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용 씨는 지난 10월 주식을 내다판 돈을 모두 기부했다. 대학과 인성개발센터, 교회 등지에 기부한 액수만도 무려 18억 원.

◈ 백 년의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검객

교편을 잡다 한 때 전설적인 검객이자 검도 명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용 씨.

성남고등학교 출신의 용 씨는 고등학교 시절 전국의 모든 대회를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제패했을 정도였다. 대한 검도회의 한 직원은 용 씨를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검객"으로 기억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유수의 검도 인들을 꺾는 모습에 감동받은 한 일본 회사는 용 씨에게 유학을 제의하기 했다. 하지만 용 씨는 '일본의 사무라이보다 한국의 검객으로 남겠다'며 제의를 거절했다.

그런 그가 대학 졸업 뒤 선수의 꿈을 접고 선택한 길은 뜻밖에도 교편. 찬사를 뒤로 하고 선택한 교직생활이지만 그의 제자와 동문들은 용 씨를 ‘행동하는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화장실 청소를 기피하는 문제 학생들 앞에서 손수 맨손으로 변기를 닦는 선생님 앞에서 학생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후배는 용 씨를 '몽골 초원에 부는 바람 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후배는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환한 미소로 객인을 맞은 용 씨는 그저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초로의 노신사였다.

강남의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에 버금가는 거액을 쾌척했지만 정작 용 씨는 30년 동안 살아온 달동네 기와집을 고집하고 있다. 친구들이 달동네 계단을 오르내리며 피와 땀으로 지어준 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모든 선행을 '자신의 욕심'일 뿐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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