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삼성’ 무슨 관계이기에?

by 인선호 posted Nov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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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특검을 계기로 ‘청와대와 삼성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치권이 특검법을 발의하자, 청와대가 이를 막기 위해 해묵은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을 꺼내든 듯한 모양새를 빚어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삼성의 ‘특별한 관계’가 입방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초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등 삼성의 슬로건을 참여정부 정책기조로 내걸고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385억원의 불법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2004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처남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 등 삼성 인사들을 잇따라 정부 요직에 발탁한 것 등을 근거로 ‘청와대와 삼성의 밀월’ 의혹을 제기해왔다.

청와대는 이런 의혹에 대해 “근거없고 유치한 모략”이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 가운데도 삼성과의 관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적잖다. 청와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평소 다른 정책 현안에 대해선 심하다 싶을 정도로 토론을 즐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 문제만 제기하면 ‘경제부처와 다 상의한 일인데 왜 지금에서야 문제를 삼느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삼성의 협력 관계가 정권 초기부터 시작됐다는 증언도 있다. 전직 청와대 다른 한 핵심 관계자는 “2003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마치고 각 분과별로 백서형태의 보고서를 내 5년 동안의 국정과제를 제시했는데,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통해 별도의 국정과제 보고서를 올렸다고 들었다”며 “당시 인수위원들 가운데는 ‘비선 조직을 통해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삼성의 보고서를 올려, 국정과제 채택을 놓고 인수위와 삼성이 경쟁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었다”고 전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그해 6월30일 ‘참여정부 경제비전 국제회의’ 개막연설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위한 다섯가지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정부차원의 구체적 추진기구 구성을 지시한 뒤 8·15 경축사를 통해 이를 참여정부의 국정지표로 확정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는 공약에서 벗어나 성장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으로 비쳐진 대목이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의 정통부 장관 임명,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발탁,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의 국정원 최고정보책임자 영입으로 이어진 삼성인사 중용은 “참여정부가 삼성의 머리를 빌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보수언론과 전쟁’을 수행해온 청와대가 2004년 12월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에 발탁하자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달리 <중앙일보>를 우호세력으로 분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신학림 전국언론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신문시장을 망친 주범인 <중앙일보>가 복합미디어 그룹화의 꿈을 실현하는 데 노무현 정부가 엄청난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삼성과 중앙일보, 노무현 정부의 삼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가 떳떳한데 굳이 변명하려들지 말라’는 태도”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삼성비자금 특검 논란 이후 청와대가 제기한 공수처법 필요성에는 언론이 일절 언급하지 않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계기를 마련해서라도 공수처법을 공론화시키고 싶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혀 특검 연계 방침이 확정됐다”며 “삼성특검법 반대가 아니라, 공수처법 공론화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정치권이 다음 국회에서라도 공수처법 통과를 약속하면 거부권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코 삼성 봐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3년 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공수처법을 처리하는 게 그토록 절실한 문제임을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수처법과 삼성 특검 연계는 당분간 석연찮은 구석으로 계속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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