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업계, 무차별적으로 남발되는 '섹시 코드'에 몸살

by 인선호 posted Oct 28,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리운전업계가 무차별적으로 남발되는 '섹시 코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업체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홍보문구를 쏟아내고, 남자고객들은 여성 대리운전기사에게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막말을 내뱉는다. 또 일부 여성기사들은 '가욋돈'을 벌기 위해 노골적으로 손님을 유혹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추태만상'이다.

회사원 A씨(남ㆍ31)는 며칠 전 휴대폰에 날아든 대리운전업체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기가 막혔다. '사랑해요 고객님. 영원한 술친구. 싸고 빠르게'라는 내용과 함께 윙크하는 이모티콘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섹시, 술친구, 사랑해요 같은 단어들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오해를 샀다. 대리운전업체 스스로 물을 흐리는 것 아니냐"고 고개를 저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술친구는 '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가 아니다. '대리운전은 술 마신 뒤 함께 하는 친구'라는 뜻이다. 일부 오해하는 고객이 있긴 하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리운전업체, "성매매 알선? 말도 안 된다"

홍보용 문자메시지에 '섹시'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한 대리운전업체 대표는 "우리는 섹시라는 단어를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매력적'(charming)이라는 뜻으로 쓴다. 그 단어 때문에 성매매를 연상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지적"이라며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업체라면 몰라도 꾸준히 영업을 할 회사라면 절대 대리운전 외의 '2차'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손님을 끌기 위해 야릇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광고용일 뿐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꼭 여기사만 보내달라'는 남자고객들이 많지만 실제로 기사와 고객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은 업체 스스로 결정하지만 적정 수준 미만의 덤핑가격을 내세우는 업체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대리운전을 명목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뒤 수수료를 받아챙기는 업체들이 극소수지만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런 업체는 몇달을 못 넘기고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여자기사, "성희롱 때문에 못 살 지경"

대리운전자 커뮤니티에는 여성기사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밤늦은 시간 술에 취한 남자손님이 주고객들이다보니 정신적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술 한잔 하자", "2차는 없냐?", "나랑 사귀자" 등 대낮에 맨정신으로 만났다면 절대 꺼내지 못할 얘기를 늘어놓는 남자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기사 전용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불량 남자고객은 대부분의 여기사를 이혼녀로 확신하고 있고, 자신들 마음대로 해도 되는 여자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소문이 이상하게 퍼져서 정상적인 대리운전업체의 여성기사들도 이상하게 보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대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당황스럽다'고 글을 올렸다. 한 여성기사는 '성매매를 요구하는 불량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여대생 대리 등 선정적인 문구로 광고를 하는 불량 업체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자기사들의 게시물이 늘어나자 '대책'도 등장하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손님이 집적거리면 곧바로 차 몰고 파출소로 가세요. 성희롱으로 신고하세요'라고 충고했다. 여자기사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전용게시판에서 변태적인 불량고객의 전화번호를 공유,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응대하지 않는 방법도 쓰고 있다.

▶남자고객, 순간의 유혹 또는 밑져야 본전

이같은 대리운전업계의 성희롱 관행에 대해 회사원 C씨는 "성적 호기심에 여성기사를 부르는 손님들도 문제지만 일부 여성기사들이 손님을 유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몰지각한 남자손님들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며 "새벽 시간에 대리운전 여성기사를 불렀더니 '마지막 손님인 것 같은데 술이나 한잔 사달라'며 노골적인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대리운전협회의 한 관계자는 "업체간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일종의 '낚시용'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업체들이 많다"며 "실제로 전화를 걸어서 '여자기사를 불러달라'고 주문하는 남자 손님들이 있지만 업체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부 남자고객들과 여자기사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지만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