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여성계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긴 지 일주일 쯤 뒤인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 10여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인생의 지혜”라며,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고를 때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현대건설 재직 때 타이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 일종의 지혜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함께 있었다. 한 참석자는 “여성 대변인까지 있는데 그런 발언을 해 듣는 사람이 몹시 민망했다”고 전했다.

13일 발언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자 여성계와 정치권은 일제히 이 후보를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날 이 후보 쪽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이 후보의) 발언은 여성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며 “사실이라면 여성 유권자들에게 공식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하범 대통합민주신당 부대변인은 ‘위험한 여성관, 천박한 인생관’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 “어차피 국민들은 이 후보의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합법적 매춘’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후보라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후보 쪽의 우상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과일이나 생선을 고르는 법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며 “성매매 기술을 강의한 것은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대선주자인 한명숙 후보(대통합민주신당)와 심상정 후보(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 후보는 “대통령 후보라는 분의 사고방식이나 발언 수준이 이 정도여선 곤란하다”고 말했고, 심 후보도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인생의 지혜로 삼고 있는 인물에게 국민들이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 쪽은 “본인이 아닌 선배 이야기”라며 “식사 자리에서 편하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