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은 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인질 석방의 대가로 몸값을 지불했는지 여부와 관련,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 이외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얘기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참석, 뒷거래나 몸값 지급 의혹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탈레반과 약속한 게 있어서 밝힐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김 원장은 "돈을 줬는지 여부를 정보위원들이 물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석방 직후인 만큼 당분간은 묻어뒀으면 좋겠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아직 협상이 안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아직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은 전했다.

이 정보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프간내 탈레반 포로들을 풀어주는 협상을 했을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탈레반은 자기 포로를 구해내야 하지만 아프간이나 미국은 공개적으로 포로를 풀어준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시차가 지난 다음 재판이나 사면을 통해서 포로를 풀어주기로 협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돈 문제 쪽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또 "(인질석방을 위해) 국정원 예산을 쓴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교부가 아닌 국정원이 협상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나서면 정부 단위에서 테러리스트와 협상한 것이 되고, 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과잉노출'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관련, "지나치다"고 말했고, 몸값 논란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이면 몰라도 국내 언론이 외신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것은 국가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을 언론에 노출시킨 데 대해서는 "언론이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랬다. 부득이하고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었으며 원장은 비노출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협상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인 이른바 '선글라스 맨'을 언론에 공개한 것과 관련,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했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레반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기자회견까지 나온 점에 대해 '인정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놀라 까무러칠 정도", "경천동지할 답변"이라며 김 원장의 답변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한 정보위원은 "과거 중앙정보부장, 안기부장은 숨어있으면서 인혁당 사건, 최종길 교수 타살 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해왔다. 요원들의 중요 임무수행은 노출할 필요가 없지만 국정원장은 주기적으로 위엄있게 국민 앞에 얼굴을 내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두둔했고 김 원장은 "유념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