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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사고로 실어(失語)증세를 보이고 있는 육군 이등병이 1년 가까이 계속 군복무를 하고 있다. 부대 측은 이 사병이 군복무를 계속 하다보면 말이 돌아올 것이라며 제대로 된 치료도 없이 1년 동안 그대로 방치해 뒀다.

강원도 속초 육군 모 부대 소속 윤동엽(가명) 상병의 말문이 갑자기 막혀버린 것은 지난해 9월 25일. 당시 이등병이었던 윤 상병은 창고 정리 작업을 하다가 선임병들이 던진 밀걸레 자루에 가슴을 맞았다.

부대 측은 '선임병들이 장난을 치다가 걸레자루가 우연치않게 윤 상병에게 날아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상병도 기자와 만나 필담(筆談)을 나누면서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구타는 없었다. 그것은 사고였다"라고 썼다.

하지만, 윤 상병 가족들은 구타에 대한 의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윤 상병 어머니는 "처음 진술할 때 60cm가량 되는 각목이라고 했는데 각목이 어찌 그리 정확하게 쇄골 부위에 맞을 수 가 있냐"라고 반문했다.

가족들은 "선임병들이 윤 상병을 세워놓고 정면으로 내리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고가 있었던 9월 25일 이후 윤 상병은 결국 민간병원은 물론 군병원에서도 공통적으로 정신적 충격으로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전환장애' 판정을 받았다. 입으로는 뭔가를 말하고 있는데 전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증세다.

윤 상병을 진단한 민간병원 의사들은 "우연히 날아온 물건에 맞아 전환장애를 보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라며 "전환장애가 정신적 충격에 의한 것인데 어디선가 물건이 날아왔다고 해서 정신적 충격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런 의견에도 부대 측은 윤 상병의 말문이 막혀버린 날 있었던 일을 사고로 처리하고 '장난을 쳤던' 선임 병사에게는 근신 조치만을 내렸다.

더욱 큰 문제는 말 못하는 윤 상병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부대 측은 윤 상병을 3주 동안 강릉의 군병원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가 여전히 말이 돌아오지 않자 부대로 복귀시켜 지금까지 무려 11개월 동안 그대로 군복무를 시켰다. 부대 관계자는 "2개월 있다가 목소리가 돌아오기도 하고 5개월 있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시간이 가면 목소리가 돌아오겠지 하고 순찰병으로 군 생활을 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등성명 조차 대지 못하는 '전환장애' 이등병의 군 생활은 너무나 괴로웠다. 같은 부대 김 모 병장이 부대로 복귀한 윤 상병에게 '말하기 연습'을 시킨다며 헌병 검문소에서 윤 상병의 온몸을 발로 구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윤 상병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너무 괴로워서 눈을 감고 울었다. 영영 말을 못하게 될까봐 미칠 것 같다"라고 썼다. 윤 상병은 또, "하루가 멀다 하고 두통약을 먹고 있어 약에 중독될 것 같지만 두통약이 필요하다"라고 썼다.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신현균 교수는 "말을 하지 못하는 전환 장애 환자를 방치해 두면, 환자의 비정상적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발작이나 공격성향 등 합병 증세가 와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윤 상병을 어서 제대시켜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윤 상병의 한 친척은 "말 못하는 환자를 부대에 1년 동안 둔다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군법에도 없을 것"이라며 "앞길이 창창하고 빨리 치료를 해야 되니까 제대를 시켜야 된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말문이 막힌 채로 1년을 보낸 윤 상병은 이제 만기전역이 8개월 남았다. 부대 측은 뒤늦게 윤 상병의 제대 등 신병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군대에서 잃어버린 윤 상병의 목소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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