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MBA


logo

 
banner1
포토뉴스
연재/컬럼



10일 오후 쿠바의 수도 아바나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30분후 쯤 도착한 곳은 아바나 교외에 있는 한인 4세 빠뜨리샤 임(39·주부)씨의 집. 허름한 단독주택 외벽 색깔이 바래져 있고 곳곳의 칠이 벗겨져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임씨와 어머니 크리스티나 장 김(79)씨가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천장에는 낡은 선풍기가 ‘덜그럭’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찌든 때 묻은 냉장고, 라디오 등 수십년 된 가전제품들은 제대로 작동할지 궁금했다. 창 밖에는 폐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피부색 달라진 애니깽 후손들

임씨는 한인 4세지만 얼굴에는 아직 한국인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검정 눈동자, 옆으로 찢어진 눈은 영락없는 한국사람이었다. 그는 “비록 한국말은 전혀 못하지만 나는 스스로 ‘꼬레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1905년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 애니깽 농장에 정착한 1033명의 한인들 가운데 한 명의 후손이다. 멕시코에서 살던 그의 할아버지는 1921년 쿠바로 건너왔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쿠바행 배를 탔다. 그러나 쿠바에서 설탕 가격이 폭락하면서 할아버지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애니깽 농장에서 일을 했다.

한인 5세인 에르디(21·학생)씨. 할아버지는 멕시코 마야인과 결혼했고, 아버지는 쿠바인과 결혼했다. 여러 인종의 피가 많이 섞인 에르디씨는 언뜻 보면 틀림없는 남미인이다. 피부가 검고, 눈이 크고, 머리도 곱슬이다. 물론 한국말을 못한다. 에르디씨는 “내 몸에 한국인의 피가 일부 흐르고는 있지만 나는 당연히 쿠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애니깽의 후손들은 세월이 흐를 수록 ‘한국인의 DNA’를 잃어가고 있다. 외모뿐 아니라 생각, 문화, 관습, 언어도 엄밀히 따지면 90% 이상 남미인이 돼버렸다. 한국인의 후손임을 잃지 않으려고 1921년 쿠바 한인지방회를 만들어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역사 교육도 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 명맥이 사실상 끊겼고, 현재 한국말을 하는 애니깽 후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애니깽 후손의 실태

현재 쿠바에는 800여명의 애니깽 후손들이 아바나, 마탄사스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은 농사일을 하거나 작은 공장에서 일한다. 의사, 교사, 자동차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에 진출한 후손들도 더러 있지만, 이들도 풍요롭게 살지는 못하고 있다. 멕시코에 살고 있는 2만~3만명의 후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멕시코 유카탄주에서 대형 매연 검사소를 운영하며 한인 후손회장을 맡고 있는 한인 3세 율리세스 박(68)씨 같은 부자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노동자로 일하면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모국 그리워하는 후손들

애니깽 후손들 중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조상의 땅을 그리워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일제시대 쿠바의 애니깽들은 쌀 한 숟가락씩 모아 독립자금을 마련해 임시정부에 보냈다.

지금도 쿠바의 한인은 매년 3월 1일이 되면 함께 모여 한국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한인 5세인 넬슨(21)씨는 “비록 한글은 모르지만 김치, 장조림과 같은 단어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애니깽

애니깽(Henequen)은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용설란(龍舌蘭)의 일종으로 키가 1~2m 정도다. 잎의 껍질을 벗겨낼 때 나오는 강한 섬유질로 선박용 밧줄을 만든다. 일제때인 1905년 4월 4일 1033명(남자 802명, 어린이 포함 부녀자 231명)의 한인들은 멕시코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황성신문의 모집광고를 보고 배를 타고 멕시코에 가서 애니깽 농장에서 일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선 이들을 ‘애니깽’이라고 불렀다.


door.jpg
?
  • ?
    이현희 2007.08.14 20:19
    그 어려운 때에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쌀 한 숟가락씩 모아 독립 자금을 마련해 임시 정부를 도왔다는 말에 뭉클합니다.
    분명 돈을 벌어 좀 더 잘 사시고자 오셨을 머나먼 타국에서 조차 어렵고 힘들게 사셨을 걸 생각하니 맘이 아프네요...
    이러한 분들 때문에 지금의 한국이 존재하는 거겠죠???

  1. No Image

    비전투병 파병 美에 타진

    정부 "재건위주 공병중심"…오늘 워싱턴서 협상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부대의 성격과 관련, 공병을 중심으로 한 비전투병 파병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며,...
    Views726
    Read More
  2. No Image

    수능 ''작년 수준''..점수 오를 듯

    고난도 문제 다수..성적 양극화 전망 5일 실시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영역별로 난이도가 지난해와 대체로 비슷하거나 다소 쉬운 것으로 분석돼 점수가 약간오를...
    Views928
    Read More
  3. No Image

    페트병 맥주 국내 출시된다

    페트병에 담은 맥주가 이달 중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B맥주는 용기 다양화와 운송.관리상 편의를 위해 1.6ℓ 용량의 페트병 맥주 ‘OB’ 신상...
    Views1126
    Read More
  4. 불법 대선자금 ''규모'' 얼마일까?

    SK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때 대기업 등으로부터 불법 수수한 정치자금 규모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
    Views1252
    Read More
  5. No Image

    아동 성추행자 증거부족으로 무죄판결

    성추행을 당한 아동의 2차 정신적 충격을 우려, 법정 증언 없이 과거의 진술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등만을 증거로 제출한 가운데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
    Views1132
    Read More
  6. 전경련 "제도개혁 없이 정치자금 못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정치권에서) 정치자금의 모금과 배분 등 정치자금 제도 전반을 개선해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정치자금 제도개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재...
    Views880
    Read More
  7. 박정희 前대통령 16세때 쓴 동요발견

    박정희(朴正熙·1917~1979) 전 대통령이 16세(1933) 때인 대구사범학교(현 경북대 사범대학의 전신) 2학년 재학 시절 쓴 ‘봄비(春雨)’라는 동요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또 4...
    Views859
    Read More
  8. "盧후원금 자료 대거 증발"

    이상수 의원은 지난해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으면서 당시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맡고 있던 제주도지부 후원회장직을 대선 직전인 12월 10일 인계받았다. 이 의원은 “중앙...
    Views1003
    Read More
  9. 전두환씨 차남 ''괴자금'' 50억 압수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39)씨의 ‘괴자금 100억원’ 보유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이 돈 가운데 50억원을 재용씨 측근으로부터 ...
    Views906
    Read More
  10. No Image

    MSN 연동차단에 국산메신저 사용 늘어

    마이크로소프트가 MSN 메신저와 타사 메신저 간의 연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네이트온을 비롯한 대부분의 메신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인터넷 ...
    Views1008
    Read More
  11. No Image

    "성경험 대학생 10명 중 1명 성병 감염"

    성경험이 있는 대학생의 10명 중 1명, 가출청소년의 10명 중 4명이 클라미디아, 임질 등의 성병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비뇨기과 조용현.이승...
    Views986
    Read More
  12. 삽살개가 ''사람 치료'' 한다?

    일제에 의해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국내 토종 삽살개(천연기념물 368호)가 복원 11년 만에 미국의 ‘치료견 인증 시험’에 도전한다. 미국에서는 대중화된 치료견 요법은 환...
    Views1211
    Read More
  13. "소리바다, 음반 복제·전송권 침해" 판결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김선혜 부장판사)는 24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 개발자 양모씨 형제를 상대로 낸 음반 복제 및 전송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
    Views1287
    Read More
  14. No Image

    주부 가전판매왕의 100억대 사기 행각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서 ‘주부 판매왕’에 오르며 이름을 날렸던 40대 주부가 여고 동문을 상대로 수백억대 사기 행각을 벌이다 구속됐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심동...
    Views1171
    Read More
  15. 15세 박민정양 고려대 국제학부 합격

    열다섯 살 소녀가 중학교를 중퇴하고 6개월만에 중학교.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한 뒤 고려대 국제학부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고려대학교는 23일 수시2학기...
    Views1696
    Read More
  16. No Image

    "재신임 투표시기 조정가능"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귀국 후 가질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선자금 문제를 논의할 생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
    Views1310
    Read More
  17. 봉화서 관광버스 추락 18명 사망

    산행을 마친 여성 산악회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산길에서 20여m 아래 계곡으로 추락,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21일 오후 3시27분쯤 경...
    Views1201
    Read More
  18. No Image

    "베트남에 한국자본이 몰려든다"

    베트남은 한국투자자들에게 매력있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고 현지언론이 22일 보도했다. 국영 베트남통신(VNA)이 발행하는 영자신문 베트남 뉴스는 이날 ''한국투자자들이 ...
    Views1032
    Read More
  19. 한나라 ''최돈웅 비자금 수수'' 사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2일 소속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와 관련 “우리 당 최돈웅 의원이 시인하고 있는 SK 자금 수수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Views720
    Read More
  20. No Image

    전남편 소생 두 딸 姓바꿔 출생신고

    30대 여공무원이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의 성(姓)을 재혼한 남편의 성으로 바꾸어 허위 출생신고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일은 여성이 전...
    Views116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9 220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 234 Next
/ 234
상호명 : 투데이닷컴(웹)/한인투데이(일간지) / 대표자 : 인선호 / E-Mail : hanintodaybr@gmail.com/webmaster@hanintoday.com.br
소재지 : R. Jose Paulino, 226번지 D동 401호 - 01120-000 - 봉헤찌로 - 상파울로 - 브라질 / 전화 : 55+(11)3331-3878/99721-7457
브라질투데이닷컴은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정식 등록사입니다. Copyright ⓒ 2003 - 2018 HANINTODA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