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슬람 교도로 산다는 것은

by 장다비 posted Aug 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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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로 20일째를 맞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보면서 남몰래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 세계 66억여명 중 16억여명 이상의 신자가 있지만, 이 땅에는 3만 5,000여명만이 살아가는 한국인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주한 외국인 신자를 모두 합쳐도 20만이 안 되는 무슬림. 한국에서 무슬림의 길을 택하는 것은 ‘마이너리티(소수 집단) 되기’에 다름아니다.


이슬람교에 대한 이상한 시선

‘무슬림 신앙고백’에 대한 주변 반응은 대개 2가지다. 신기함과 낯설음이다. 노골적으로 만남을 꺼리거나 적대시하는 경우도 있다. ....

한국외대 아랍어과에 다니는 이모(23ㆍ여)씨는 2년 전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뒤 무슬림이 됐다. 호기심에 시작한 교리 공부가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이씨는 “지금은 가족들이 내 종교 생활을 배려 해주지만 처음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했을 때는 온 가족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크게 놀라고 말렸다”고 말했다.

한국 무슬림들은 이씨처럼 이슬람 문화권에 체류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일부 장병들이 이슬람교에 감화돼 정식으로 입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슬람교는 여전히 ‘특이한 종교’다. 대부분의 한국 무슬림은 “가족들은 반대하고 친구들은 어리둥절 해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슬람중앙회 김환윤(45) 사무총장은 “한국인들은 무슬림에 대해 보통 세 가지 단계적 반응을 보인다”며 “우선 농담이냐고 묻고, 다음엔 매우 놀란 뒤 마지막으로 경계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무슬림이 소수여서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드문데다 ‘무슬림= 테러리스트’라는 그릇된 인식까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회식도 기도도 힘들어요....

무슬림으로서 일상 생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바로 먹거리다. 이슬람교에서는 술이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아예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는 무슬림이 많다.

대학 휴학생 최모(22)씨는 “돼지고기는 절대 먹지 않고 다른 육류도 일정한 의식(할랄)을 거쳐 도살한 것만 먹게 돼 있다”며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새우버거나 생선버거 등만 먹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기를 먹고 싶을 땐 예배 보러 나왔을 때 중앙성원 근처의 할랄 음식을 파는 식료품 가게에서 많이 사간다”고 덧붙였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담이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사회생활에서 술 없는 친목 도모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한잔 정도는 불가피하게 마실 때도 있다”며 “대부분은 사이다에 오렌지 음료를 섞어서 맥주인 척하고 마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루 다섯 번 드리는 예배는 더욱 눈치가 보인다.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해 난감할 때도 많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의 눈빛도 부담이다. 한 신도(60)는 “어디서든 성지(聖地)인 메카 쪽을 향해 기도하면 되지만 100% 지키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며 “우리 사회에 무슬림들이 마음 편히 기도드릴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편견 없어져야......

한국인 무슬림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위험한 사람’으로 보는 사회의 선입견이다. 특히 이슬람 관련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이슬람은 테러집단’ 인식이 강화되는 게 가장 당혹스럽다.

불교집안에서 자랐다는 대학생 이모(23)씨는 “이슬람교는 주위 사람들에 베풂으로써 사랑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며 “이슬람교는 파괴를 자행하는 테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반적 오해와 달리 이슬람교는 코란에도 나와 있듯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슬람은 폭력적인 종교가 아니라 평화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한 대학생 신도는 “취업 이력서에 종교를 속인다거나 숨길 생각은 전혀 없다”며 “만일 내가 무슬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글로벌 마인드가 없는 회사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고 당당하게 말했다.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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