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재외국민, 대선·총선 참여 길 열렸다

by 인선호 posted Jun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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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국민 선거권 헌재 판결 환영 피켓 시위. 재일국민참정권시민연대 이건우 대표 등 헌법소원단이 헌재 판결 직후 이를 환영하는 피켓 등을 들고 있다. ⓒ2007 백병규


200여만 재외국민들도 앞으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해당 거주지에서 지방선거와 주민투표도 할 수 있게 됐다. 선거기간중에 승선중인 선원들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8일, 재일동포 11명과 재미동포 5명이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정선거권 등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 등이 위헌이라고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특히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에 대해서는 2008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법률을 신속하게 개정하고, 정부가 후속 조치에 나설 경우 빠르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부터 200여만명의 재외국민들이 대통령 선거를 할 수도 있게 됐다.


"국내에 주민등록 없다고 선거권 박탈하는 건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조항은 선거법 15조 2항 1호, 16조 3항, 37조 1항(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자)과 38조 1항 중(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등록이 된 투표권자), 국민투표법 14조 1항(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 등이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난 법률 조항의 정비 시한을 못박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결정에서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대통령·국회의원 선거)과 지방선거권, 국민투표권에 대해서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입법 조치를 완료토록 시한을 정했다.

이에 대해 '재일국민조국참정권회복을 위한 시민연대' 이건우 일본측 간사는 헌재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인정한 헌재의 판결은 비록 뒤늦긴 했지만 헌정사상 기념비적 판결로 길이 빛날 것"이라고 밝히고 "온갖 핍박과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온 재일국민들에게 참정권을 인정한 오늘의 헌재 판결은 진정한 '광복선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건우 간사는 다만 "3년 전에 헌법소원을 냈음에도 헌재의 뒤늦은 결정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 등에서 재외국민의 참여가 불투명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신속한 입법 절차와 후속 조치를 취해 올해 대선부터 재외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국정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우월적 권리로 현행 공직선거법이 대한민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국정선거권을 부여해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은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재외국민의 경우 선거관리의 공정성 등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가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으나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과제이므로 이를 이유로 선거권 행사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해외 부재자 투표 등 선거기술상의 어려움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납세나 국방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재외국민들에게는 지방선거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역시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 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참여를 막고 있는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그 이유로 "주민등록의 여부가 국민의 신분과 자격을 가르는 조건이 될 수 없으며, 영주권을 획득하고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지방선거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마찬가지 이유로 재외국민에게 국민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재일동포인 이상은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역시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주민투표법에 대해서도 "주민등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을 다른 국민들과 차별하고 있으며, 국내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들에게도 주민투표권이 부여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내년 12월 말까지 선거법 등 바꿔야

헌재는 재외국민의 대통령선거권과 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권, 주민투표권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선거 준비에 필요한 입법 일정과 선거 준비 태세 등을 감안해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규를 정비하도록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만약 국회가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정비하지 않을 때 이들 법조문들은 모두 위헌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올 12월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내 선거제도에 있어서 역사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영 등 재일동포 10명은 주민등록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2004년 공직선거법 등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김재수 외 재미동포 4명도 2005년 역시 같은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진명국씨 등 외항선원 10명은 2005년 8월 18일 외항선원에 대한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었다.

국내에 거주하던 재일동포 이상은은 2004년 8월 국내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해외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은 주민투표법에 대해 역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또 진명국씨 등 10인의 외항선원들이 낸 헌법소원에서도 외항선원들에게 부재자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38조 등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그 이유로 "선장은 운항책임자로서의 사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승무원에 대한 통솔권을 갖고 있으며, 항해 일지 등을 기록하도록 돼 있는바 선장의 관리 감독하에 부재자 투표 등을 실시할 수 있고, 과학과 통신의 발달로 이동 중에 있는 선박에서도 부재자 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만큼 장기 승선 중인 선원들에 대해 선거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선거권의 침해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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