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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말이니까요. 감독님 말을 어길 수 없으니까…"

하늘처럼 따르던 소속팀 감독이었기에,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불미스러운 일을 예상했지만, 감독의 불호령이 팀원들에게 떨어질까 발길을 돌릴 수도 없었다. [박명수 전 감독(우리은행 한새농구단)이 지난달 22일 직접 쓴 사과문]

여자 프로농구 선수 A씨는 사건 당일 박명수 전 감독(춘천 우리은행 한새여자프로농구단)의 호텔방에 간 이유를 묻자 이처럼 답했다. "5분 뒤 (방으로) 오라"는 그의 말을 차마 어길 수 없었다.

지난 23일 박 전 감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 한달 넘게 속병을 앓던 그는 27일 서울 용산구 C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배경과 지난달 10일 미국 LA 전지훈련 중 일어난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았다.

그가 경찰에 내놓은 고소장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제추행죄가 적혀있다.


여자농구 차세대 유망주가 '거물' 감독의 치부를 드러낸 이유

지난 25일 A씨는 경찰에서 박 전 감독과 대질신문을 가졌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지는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박 전 감독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박 전 감독이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 '절대 아니다'며 부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소속팀 선수들 앞에서 사죄하던 모습은 없었다는 게 그의 전언.

박 전 감독은 지난달 22일 친필로 A씨 부모에게 사과문을 보냈다. 그는 "본인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부모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오직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

그는 또 "마지막을 정리한 후 감독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19년 넘게 팀을 맡아온 박 전 감독이 지난달 26일 돌연 사퇴한 데는 이번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사건 이후 피해자 A씨가 불면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동안 A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성추행 사건 이후) 자꾸만 생각난다"며 고개를 떨구던 A씨는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소를 안 하려고 했죠. 박 전 감독이 '전에도 고소하겠다는 선수가 있었는데, 팀에서 잘랐다'고 말했거든요. 한 명은 대학 농구팀으로 갔고, 또 다른 선배는 실업팀으로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팀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어요. 근데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내가 먼저 와서 벗었다'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는 등….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고 한달이 지난후에야 그를 고소한 배경이다. 여자 농구계의 차세대 유망주가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거물'의 치부를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의 '나쁜 짓'은 '나쁜 짓'이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감독은 사건 당일 감독의 방 청소 당번이었던 A씨를 강제 추행하려 했다. 그 순간 매니저가 방문을 두드렸고, 박 전 감독은 A씨에게 "5분 뒤 다시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20분 뒤 박 전 감독의 방으로 다시 오자, 박 전 감독은 그를 다시 추행했다"며 "두 사람의 실랑이는 동료 선수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방문을 두드려 준 덕분에 끝났다"고 밝혔다.

A씨는 "방을 다시 찾아가자 감독은 샤워 타올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며 "내가 그 방에 들어간 것이 잘못이지만, 감독 또한 차림이 그랬다면 옷을 갈아입던지 문을 열어주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A씨는 "처음 감독의 방에서 돌아온 뒤 동료 선수 B씨가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감독이 매니저를 통해 '방으로 오라'고 시켰다"며 "B씨가 20분 뒤 방문을 두드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감독이 나쁜 일을 해도 말하지 말라"는 팀내 '불문율'을 강조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또 "매니저가 평소 '감독님이 너희들에게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박 전 감독은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누가 물어보면 밖에서 감독과 산책하며 조언을 들었다'고 말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음날 박 전 감독이 '내가 괴롭힌 것을 다른 팀원들에게 말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신이 한 일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전지훈련·선수선발·연봉까지 전권... 무소불위 권력자

하지만 그 날 일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A씨와 가까웠던 팀원들은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됐고, 화가 난 고참 선수의 주문으로 일주일이 지나 삼자대면이 이뤄졌다. 박 전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미안하다,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미국 지인의 집에 머물다 예정보다 이틀 앞당긴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A씨는 팀원들에게 말 못한 이유를 묻자 "혹시나 팀에서 잘릴까봐 그랬다"며 "나만 조용히 하면 무마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사건을 굳이 묻으려 했던 이유는 '독재자'나 다름없었던 감독의 권력 때문이었다. A씨는 "감독은 '우리은행 대통령'이었다"고 꼬집었다.

A씨는 "말을 듣지 않으면 감독의 방 청소를 시키는 등 괴롭히니까 어쩔 수 없었다"며 "나 또한 동료 C선수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매니저가 야단을 친 뒤 감독의 방 청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숙소에서 감독의 방(1층)을 지나가다가 '일로 와봐, 뽀뽀'라고 입술을 내밀면, 선수들이 가서 입맞춤을 했다"며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터지지 않았으면, 지금도 계속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사건이 있었던 미국 전지 훈련도 구단에 보고없이 박 전 감독이 혼자 결정해 떠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감독이 개인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고, 선수들에게 150만원씩 걷었다"며 "때문에 선수단이 애초 입국하려던 지난달 26일이 아닌 20일 구단의 부름을 받고 일찍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박 전 감독은 선수 선발권과 기용권, 선수들과 매니저의 연봉 및 보너스 지급 문제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렇듯 전권을 쥔 그에게 제대로 반항할 수 없었다는 게 A씨의 항변이다.


박명수 전 감독 "잘 모른다"

팀내의 이같은 침묵은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A씨는 "동료 선수 C씨도 외국 전지훈련 중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다른 선수들을 통해 들었다"며 "당시 C씨가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올랜도에서 감독과의 미팅 당시 이 이야기가 나왔고, 박 전 감독이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감독은 혐의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27일 밤과 28일 오전까지 박 전 감독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박 전 감독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의 고소건에 대해 "잘 모르는 사안이고 A선수에게서 공식적으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 할 말이 없다"며 "감독직을 사퇴한 것은 개인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필요해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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