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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소녀가 ‘2만원을 훔친 도둑’으로 오해받아 어이없는 죽임을 당했다.

숨진 소녀는 지문을 조회해도 아무런 기록이 없다.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16살 전후로 추정될 뿐이다. 경찰은 이 소녀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16일 밝혔다. 이 소녀는 누구일까? 왜 노숙을 했을까? 영원한 의문부호만 남긴 채 이 소녀는 짧고도 고단했던 삶을 마감했다.

지난 14일 새벽 5시30분께 경기 수원시 한 남자고등학교 화단에서 온몸에 멍이 들고 머리에 상처를 입은 10대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소녀의 옷차림이 매우 허름하고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고 수원역 일대 노숙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한 여성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남자 노숙자한테서 얻어맞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건 발생 16시간여 만에 정아무개(29)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역에서 만난 꼬마(소녀)가 후배 애인의 돈 2만원을 훔친 것으로 알고 동료 3명과 함께 인근 학교로 데려가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돈은 노숙 여성인 김아무개(24)씨가 훔쳤는데 정씨가 숨진 소녀를 김씨로 착각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숨진 소녀가 김씨와 생김새가 비슷한데다, 이날 입고 있던 옷 색깔도 같아 정씨의 오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수원역 일대 노숙자들한테서 ‘짱’으로 불리는 정씨는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자신이 때린 소녀를 김씨로 알고 있었으며, 숨진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원남부경찰서 유제열 형사과장은 “사소한 오해 때문에 소녀가 숨진 것이 어이없다”며 “현재로선 주검을 수습해줄 유족을 찾을 수가 없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소녀를 함께 때린 혐의로 노숙자 한 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두 명의 행방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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