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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한국 남성과 깊은 사랑에 빠졌을 뿐이었다. 먼저 한국으로 시집간 친구의 친구가 소개해 만난 한국 농촌의 노총각이었다. 1년이 넘도록 몇십통의 편지가 대한해협을 넘나들었고, 꿈에 그리던 얼굴을 마주하려 한국과 일본을 오가기도 했다. 그렇게 미야자키 히사미(43)씨와 이진기(46)씨는 1997년 결혼에 골인했다.

일본 자동차회사에서 사무를 보던 일본 여성에게 강원도 양양에서의 농사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낯선 땅에서 시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과 믿음직한 남편의 사랑이 없었다면 견딜 수 없는 세월이었다.

은별(9), 은솔(8), 은비(6) 딸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미야자키씨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건 2004년.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갑자기 앓아누웠다. 힘겨운 농사일에 몸살인 줄로만 알았다. 복통과 고열, 구토에 시달린 남편은 결국 서울아산병원까지 실려갔다. 진단 결과는 뇌수막염이었다. 열은 40도까지 치솟았고, 한달 넘게 의식을 잃은 남편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절망했으나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다소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남편을 너무 좋아해서 결혼한 건데요. 아프니까 더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차분한 말투였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늙으신 시부모님과 어린 세 딸, 시력·청력을 잃은 남편을 돌봐야 하는 고행길이 펼쳐졌다.

남편이 일구던 느타리버섯 농장은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남편의 1급 장애인 생활보조금 등 한달에 100만원 정도를 군청에서 받았지만, 대가족을 이끌어야 할 여성 가장의 삶은 고단하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5년 8월 일본에 있는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외동딸인 자신마저 한국으로 옮겨와 홀몸인 상태였다.

아버지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려니, 못 보고 못 듣는 남편은 물론 시부모님과 자식들이 마음을 붙들어맸다. 결론은 “아버지를 모셔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한국 땅 양양의 딸 곁에서 다섯달의 여생을 평안히 마칠 수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미야자키씨는 수줍게 웃었다. 지역농협의 추천으로 그는 제12회 농협효행상 수상자가 됐다. 그는 여전히 남편 생각뿐이었다. 지난해 300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늘어난 상금은, 남편이 편히 움직이며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집에 갖추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남편의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글을 써서 대화해요. 효행상 받는다고 했더니, 남편이 ‘축하한다’고 했어요.” 얼굴에 10년 전 새색시의 부끄러운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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