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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여·35)씨는 앞으로 운전대를 절대 잡지 않을 생각이다. 26일 오전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30분 동안 공포에 떨었던 생각을 하면 당장 자동차를 처분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두 살난 딸을 자신의 쎄라토 승용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던 중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구청사거리 도로에서 차선을 바꾸다 1t 택배차량과 살짝 부딪쳤다. 긁힌 자국도 거의 없는 경미한 사고였다.

하지만 택배차량을 운전하던 서모(37)씨는 다짜고짜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김씨에게 다가왔다. 서씨는 차량 안을 살펴보고 김씨와 어린 아이만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앞유리창을 주먹으로 박살냈다. 유리 파편이 운전석에 앉아있던 김씨에게 쏟아졌다.

겁에 질린 김씨는 일단 112신고와 함께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서씨는 더욱 무서운 기세로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주먹을 들었다. 김씨는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뒷좌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딸도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서야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서씨도 폭행을 멈추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근처에 살던 여동생이 먼저 도착해 아이를 안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거의 11시가 다 돼서였다. 사태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찰이 너무 늦게 온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씨는 “다시는 운전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며 “아기가 타고 있는 것을 알고서도 차 앞유리를 깨던 그 남자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에게 씻을 수 없는 악몽을 안겨준 서씨는 “왜 그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심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그러곤 자신의 택배차량을 몰고 경찰서를 유유히 떠나갔다. 경찰은 서씨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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