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고속버스 기사 240km '아찔한 질주'

by 인선호 posted Apr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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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 이상으로 고속 질주하는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술을 마신 채 40여명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 운전기사는 음주상태에서 청주~서울 구간을 왕복하는 등 무려 240km를 주행한 것으로 드러나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50분께 청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청주를 출발해 서울을 경유, 다시 청주로 돌아오던 모고속버스 운전기사 A모(49)씨가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위반)로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9%.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되는 수치다.

당일 새벽 6시 20분. 전날 술을 마시고 새벽 6시에 출근한 A씨가 주행 준비를 마친 뒤 서울 강남터미널로 향하는 고속버스의 운전대를 잡았다. 승객은 3명.

6시 40분. 청주 나들목을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고속도로 음주 단속도 없었다. 7시 50분. 음주상태에서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한 A씨는 아침식사를 하는 등 2시간여의 휴식시간을 가졌지만 술이 완전히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시 20분. 승객 25명을 태우고 다시 청주로 출발했다.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난 11시20분쯤 A씨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의심해온 한 승객이 "운전기사가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11시 50분. 신고를 받고 청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이 A씨에 대해 음주측정을 실시, 혈중 알콜 농도 0.059%가 측정됐다. 100일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되는 수치다. A씨는 현장에서 음주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청주를 출발해 서울을 거쳐 다시 청주로 돌아와 음주 측정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30분. A씨가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9%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날 낮 12시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9% 정도 나오려면 전날 자정 이전에 소주 4~5병을 마셨거나, 자정 이후에 소주 3병 정도를 마셨을 것"이라며 "첫 주행 시간인 새벽 6시께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는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가 일하고 있는 고속버스업체는 130여명의 운전기사가 근무하고 있는 대형 업체다. 운전기사 한명당 하루 5차례 왕복 주행(청주-서울 기준)을 하고 있다. 당시 승객의 신고가 없었다면 A씨는 이날 음주상태에서 4차례의 주행을 더 강행했어야 했다.

한 운전기사는 "전날 먹은 술로 아침까지 덜 깼다고 판단되면 동료 운전기사와 주행시간을 바꿔 휴식을 취한 뒤 운전을 하지만, 가끔 음주사실을 감추고 싶어 회사에 얘기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 업무팀장은 "운전기사가 술을 먹고 취중에 운전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 있어 당황스럽다"며 "큰 사고가 벌어지지 않아 정말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하며 철저한 교육을 시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 음주단속이 적발된 당일인 1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주흥덕경찰서 견길수 교통조사계장은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실고 다니는 대중교통수단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술을 마신채 운행을 했다는 것은 큰 충격이며 앞으로 대중교통에 대해서도 음주단속을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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