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을 뿐” 패륜 감싼 ‘안타까운 母情’

by 인선호 posted Apr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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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노모를 서로 떠넘기다 길거리에 유기한 ‘패륜’ 남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럼에도 노모는 “자식들이 날 버린 게 아니라 내가 길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끝까지 자식들을 감쌌다.

서울중부경찰서는 13일 어머니 하모씨(83)를 유기한 아들 유모(53), 며느리 이모(47)씨와 딸 유모(50), 사위 조모(49)씨 내외를 존속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딸 유씨는 지난 12일 노모를 모시기로 약속한 6개월이 다 되자 서울 중구 모 시장 내 오빠네 가게로 하씨를 데려갔다. 그러나 아들 내외는 “말도 없이 데려다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하씨를 여동생의 가게로 보냈다. 딸은 다시 오빠의 가게로 하씨를 데리고 갔고 하씨가 보는 앞에서 오빠 내외와 크게 다퉜다.

40여분을 다투던 중 화가 난 아들이 가게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고, 딸도 어머니를 그 자리에 둔 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하씨는 자신의 부양 문제로 자식들이 다투는 동안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시장 경비실 앞에 앉아 있었다. 자식들이 떠나간 뒤에도 오도가도 못해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던 하씨를 본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하씨는 경찰에 인계돼 하루를 지구대 숙직실에서 보냈다. 경찰이 유씨 남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불통이었고, 하씨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지난 13일 연락이 닿은 유씨 남매는 “서로 얼굴을 보기 싫다”며 출석을 미루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찾아왔으나 경찰에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추태를 보였다. 하씨는 “길을 잃어버린 것 뿐인데 아이들을 왜 잡아왔느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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