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검은거래’ 삼성물산도 연루의혹

by 인선호 posted Mar 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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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서범정)는 서울 성북구 길음 제8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삼성물산(건설부문) 측이 재개발 조합장에게 조합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건넨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시공사가 조합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2006년 시공능력 평가 2위였던 삼성물산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어 건설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금품 오간 내용 담긴 e메일 확보=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측이 길음 8구역 정비사업조합장 정모(65) 씨에게 재개발 조합장 선거 직전인 2005년 8, 9월 억대의 금품을 선거자금 명목으로 제공했다는 e메일을 검찰 수사팀이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합장 선거 직전 철거업자 등에게서 금품을 받고 선거자금을 요구한 혐의(뇌물수수 및 뇌물요구)로 지난해 12월 정 씨를 구속기소했으며, 정 씨의 추가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해 왔다.

지난달 말에는 시공사인 삼성물산 성북사업소를 압수수색해 컴퓨터에 담긴 내용을 분석하다가 구체적인 금품 거래 명세가 적힌 e메일을 찾아냈다.

삼성물산 성북사업소 직원의 e메일에는 ‘조합장 선거를 앞둔 ○○년 ○월 ○일경 정 씨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는데, 이것이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자문한 내용이 담겼고, 법률전문가인 모 인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회신한 것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e메일에 금품 제공 정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자문에 응한 인사가 법률위반이라고 명백하게 밝힌 점 등에 비춰 사실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곧 삼성물산 성북사업소장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길음 8구역 외에 삼성물산 측이 관여한 다른 지역의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도 수사를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다.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 적용할지 관심=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8월과 12월 조합 측에 시공사 선정 대가 성격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이수건설과 SK건설 임원을 각각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2월 ‘재개발·재건축 비리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검찰이 몇 개월 동안 수사한 결과였지만 두 업체는 시공능력 평가에서 10위권 밖이어서 “검찰 수사가 대형 건설사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재개발·재건축 건설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04∼2005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국내 최대 건설사 중 하나다.

검찰 안팎에서는 “업계 1위도 재개발 복마전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될 가능성이 커 ‘재개발·재건축 비리 수사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이 삼성물산 측에 뇌물공여 외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5년 7월부터 시행된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 2항은 재개발 사업 시공 등을 위해 이해관계인에게 부정한 금품을 제공하면 액수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 8개월 동안 신규 수주를 할 수 없어 삼성물산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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