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에 '눈 뜨고 당한' 한국외교, '90조원' 자원 뺏겨

by 인선호 posted Mar 21,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얀마의 해상 가스전의 구매권을 중국이 갖는 상황은 ‘수퍼 파워’ 중국 앞에 한국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동시에 사태를 일찍 눈치챘으면서도 안이하게 대응한 정부 판단과 실적 부풀리기가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원외교의 실패라는 것이다.

◆정부, 중국 신경 안 쓰다 역공(逆攻)당해

지난 2월 산업자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20여명의 정부 사절단이 미얀마로 날아갔다. 이미 정부 일각에선 한국이 구매권 결정에서 소외됐다는 말이 흘러나왔을 때였다.

한국 대표단이 도착한 당일, 전세기를 타고 미리 도착한 중국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미얀마의 최고위층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가진 것에 비하면 우리 측에 대한 응대는 초라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0위, 원유 매장량 32억 배럴인 미얀마는 동남아 자원 부국인 데다, 중국 에너지 수입 물량의 80% 이상이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을 대체할 전략적 수송 거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얀마 항구(아키야브)를 개발하고, 중국과 미얀마 서부를 연결하는 석유·가스 수송관을 건설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술과 돈으로 개발했으니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먹힐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산유국의 막강한 입김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을 위해 2000년 이후 1억5000만 달러(한화 14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대우를 포함, 우리 측 개발컨소시엄 지분이 70%에 달하지만 가스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는 순전히 미얀마의 권한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개발 이익 중 최대 70%는 미얀마 정부가 가져간다”며 “우리가 가진 컨소시엄 지분 70%는 나머지 이익금에 대한 권리”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21일 “컨소시엄 계약서에 ‘가격과 개발 방식은 컨소시엄의 동의를 구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미얀마에서 어떤 사업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적 부풀리기’ 자원외교의 실패

정부는 자원외교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정확한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얀마 가스(추정 매장량 4.5조~8.5조 세제곱피트·최대 90조원 가치)를 한국에 가져오려면 30억 달러 안팎인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LNG 방식은 연간 700만? 생산량이 손익 분기점”이라며 “우리 정부 계획인 270만?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건설을 위해서는 별도의 컨소시엄을 만들고, 해외 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미얀마 가스를 도입하려고 한 이유는 만성적인 가스 부족 때문이다. 가스 도입 단가도 대만과 함께 가장 높다. 2005년 이후 한국은 매년 200만? 가량 천연가스가 부족한 실정. 2005년 겨울의 경우 비축물량이 정부 설정 최저치 이하로 두 차례나 떨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장기 가스 도입 계약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얀마 가스전은 가장 확실한 중장기 공급 기지였다”고 했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