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초등생의 부모 찾아라” 대작전

by 운영자 posted Mar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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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초등학생의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학부모 20여명이 혼신을 다했다. 특히 이들 학부모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과는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다.

17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4동사무소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왕모(12)군이 시속 30~40㎞로 달리던 시내버스와 부딪혔다. 왕군은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옷을 뒤져도 신분증이 나오지 않았다. 수술을 하려면 보호자 동의서가 필요했다. 빨리 부모를 찾아야 했다.

그때 주머니에서 최금림(23)씨의 D병원 진료권이 나왔다. 경찰은 즉시 최씨 집에 연락했다. 집에 있던 최씨의 어머니 이판님(48)씨가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사고를 당한 어린이가 아들(S초등학교 5학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나 그냥 외면할 수 없었다.

이씨는 왕군이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 가까이 지내던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오도록 했다. 왕군이 혹시 얼굴을 아는 학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씨와 학부모 5~6명은 휴대전화로 왕군의 사진을 찍어 포토메일로 다른 학부모들에게 보내고 전화를 걸어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왕군의 부모 찾기 작업은 삽시간에 릴레이식으로 퍼져 학부모 20여명이 함께 뛰었다.

하지만 왕군의 부모를 찾지 못했다. 18일 새벽 2시쯤 왕군이 잠시 눈을 떴고, 왕군의 전화를 받은 부모가 병원에 달려왔다. 사고 후 9시간 만이었다. 그때쯤 S초등학교에선 왕군과 얼굴이 닮은 학생 5명의 사진을 확보했고 왕군은 그 중 한 학생(6학년)이었다.

이날 새벽 1시쯤 귀가했던 학부모들은 이 소식을 듣고는 문병을 하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왕군의 부모는 이들의 손을 붙잡고 “우리 아들을 도와주려 애써줘 정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왕군은 아직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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