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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가족 9명의 강제 북송사건 후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 3성 거주 탈북자들은 고통스러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감시의 눈길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탈북자들과 지원단체들은 모두 ‘납작 엎드려’ 있었다. 탈북자들의 최대 근거지인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삶은 특히 고단했다.

동북 3성은 2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동포와 한국인 관광객 및 한국 업체, 한국인 사업가 등이 몰려 탈북자들의 은신처로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북한과 가깝고 탈북자 지원단체와 은밀히 한국행을 주선하고 있는 점조직도 많다. 동북 3성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10만~30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경향신문 취재팀은 선양 인근 한 농촌 지역에서 탈북자 서철수씨(28·가명)를 만났다. 어려운 만남이었다. ‘접선 장소’를 5번이나 바꾼 뒤에 만남은 성사됐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동료 탈북자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6명이 됐다. 안전을 거듭 확인한 뒤에야 외부인들을 접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그들은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서씨는 탈북 후 3번 붙잡혀 북송됐다가 4번째로 중국에 왔다. 그는 “지금 기자 선생님 만나러 나온 것도 목숨을 건 일”이라며 “이번에 잡히면 끝장”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3번째 북송된 2005년 그는 함경북도 함흥의 악명높은 ‘55노동단련대’로 끌려가던 도중 탈출했다. 함께 북송되던 도중 아버지는 구타당해 숨졌다. 아버지의 시신이 길바닥에 함부로 버려진 직후 탈출을 감행했다. 또 잡히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항상 극약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이들은 탈북자 신분을 감춘 채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고 농사일도 하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들이 탈북자임을 다 안다고 했다. 신고당하면 꼼짝없이 북송된다. 뼈 빠지게 일하고 임금을 못받아도, 누가 시비를 걸어도 ‘말썽날까봐’ 꾹 참아야 한다. 한 탈북자는 “한인도, 조선족도, 동료 탈북자도 다 고발꾼 같다.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적극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납북자나 국군포로가 아닌 일반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탈북자들은 국군포로 가족 북송 이후 “모든 것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했다. 북한은 국경 경비를 강화했고, 중국 공안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졌다. 탈북자들은 행동 반경을 극도로 좁히고 있다. 거처를 옮기고 연락처를 숨기는 등 갖은 애를 다 쓴다. 탈북자 지원단체들과, 돈을 받고 한국행을 주선해주는 브로커들은 일제히 활동을 중지했다.

한때 탈북자들로 넘쳐나던 선양의 한국인 밀집지역 시타(西塔)에서도 그들의 자취는 찾기 어려웠다. 식당·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던 이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한 업소 주인은 “탈북자들이 중국 내륙으로 깊숙이 숨어 들어갔다”면서 “씨가 말랐다”고 했다.

선양의 한 룸살롱에서 일하는 탈북자 최모씨(여·21). 그녀는 중국에서 번 돈을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전형적인 ‘생계형 탈북자’다. 20%의 수수료를 떼는 ‘중간 전달자’를 통해 매달 1000위안(약 13만원)을 함북 청진에 보낸다. 한국행을 원하지 않는 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탈북자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며 “칭다오(靑島)나 톈진(天津) 쪽으로 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은 ‘탈북도우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린성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주선해온 중국 동포 장모씨는 “지금은 너무 긴장돼 있는 상태”라며 “탈출행을 돕던 ‘전문가’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동포와 한국인들의 외면도 탈북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었다. 탈북자를 고용하거나 숨겨주다 적발돼 벌금을 물고 추방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탈북자를 멀리하고 있다. 삶이 각박해지면서 탈북자들의 강·절도가 잦아졌고, 그 때문에 중국 동포 등이 도움을 거두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 갈 수도 없고 숨을 곳도 없는 탈북자들은 마치 투우장에 끌려나온 황소처럼 이국에서 울부짖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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