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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반지, 기도, 어퍼컷...이런 세리머니는 많이 들어봤다. 그러나 ‘백두산 세리머니’는 처음이다.백두산이 주는 어감의 위용일까. 아니면 애국가 첫 소절에서 ‘동해물’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기 때문일까.2007년 겨울, 백두산을 소재로 펼친 다섯 소녀의 퍼포먼스가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제6회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시상대에서 ‘백두산은 우리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보이자 중국 정부는 “중국의 영토 주권을 손상하는 정치적 문구를 펼친 사건”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한국은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해명했다.

항의와 유감 표명, 외형상 마찰도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끝난다면 결코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다.

가장 먼저 이 사건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세리머니의 원인이 무엇이었냐는 점이다. 사진을 다시 한번 보자. 저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에서 어떤 정치성을 발견 할 수 있나. 답은 벌써 나왔다. 소녀들이 밝힌 이유는 분명했다.

“중국이 편파판정을 했고 개막식 전부터 백두산을 중국명인 창바이산으로 홍보하는 책자와 포스터를 뿌려대며 한국인의 국민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먼저’ 시작한 것은 중국이었다. 수천번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저항만 했지 우리 민족은 먼저 침략하지 않았다는 역사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현지 상황에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이유있는 대응’을 했지, ‘무책임한 도발’을 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선수단의 태도다. 선수단은 2일 배창환 단장 명의로 대회조직위원회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서한을 보내 유감을 나타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한국은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유사한 침해를 당해도 조용히 우리 입장만 정리하고 내부를 수습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수단은 개막전에 백두산 문제를 중국에 거론하지 않고 왜 이제와서 그들의 주장을 애써 누그러뜨리며 목소리를 낮춰야 하나. 중국은 공항까지 따라나와 귀국하는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붙잡고 정부 차원에서 집요하게 노골적으로 항의했는데 왜 한국 정부와 외교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맞대응도 하지 못할까. 2005년 일본은 중국과 영토분쟁중인 댜오위타오 (일본명 센가쿠 열도)를 중국이 점령하려 하면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심지어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는데 한국은 어떤가.

늘 그렇다.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아가고 있는데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지난 2004년 양태영 사건때처럼 한결같음을 자랑한다.

스포츠는 물론 정치성을 띄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스포츠가 국가라는 대표성을 담는 순간 경계는 완벽하게 재단하기 어렵다.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꼽고, 최성국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를 유니폼에 새기고, 안정환이 오노를 풍자한 것처럼 중국도 덩야핑을 통해 덩샤오핑을 투영했고, 야오밍을 미국 본토에서 중국의 상징적 올스타로 만들기 위해 무더기 몰표를 했다. 베이징올림픽이야 말로 가장 정치성이 두드러진 대회가 될 거라는 전망은 2년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이것은 중국이 너무나 쉽게 스포츠에 정치성을 개입시키지 말라고 자신있게 말 할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가장 먼저 행동으로 보여준 이들이 바로 어린 쇼트트랙 소녀들이다. 이들은 선수단의 해명 내용처럼 우발적이지 않았다. 동기가 뚜렷했고 사전에 계획했다. 매직팬으로 글씨를 써 작은 손에 올려진 A4용지 7장은 비록 형식은 허술할 지 몰라도 ‘백-두-산-은-우-리-땅’이라는 문자는 외교관이 문서에 담아야 할 700장 이상의 의미를 웅변했다.

2일 한 국내 포털사가 실시한 ‘백두산 세리머니’의 정당성을 묻는 설문에서 93.9%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하며 선수단의 미온적인 대응을 성토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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