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인이었나...” 佛 수감 30대 주부의 독백

by 장다비 posted Nov 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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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일까, 정말 내가 한국인 맞나?’ 그런 의아심이 많이 들었는데 한국인 맞네요...”
[TV리포트]마약 운반 혐의로 프랑스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장미정(37)씨가 여권을 보면서 한 말이다.

장씨는 2004년 10월, 마약이 든 것을 모르고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가방을 옮겨주다 프랑스 당국에 검거됐다. 장씨는 16개월동안 구치소에 수감됐고 8개월 동안 보호감찰을 받았다.

장씨의 소식은 지난 4월 KBS 2TV `추적 60분‘에 소개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방송에서는 프랑스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2년만에 돌려받은 여권 "내가 한국인 맞나..."

22일 추적60분은 7개월 후 장씨 모습을 다시 소개했다. 방송은 최근 장씨의 재판 과정과 재외 국민 보호 과정의 허점을 다시 한 번 담았다.

방송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비행기로 9시간 떨어진 마르티니크에서 재판을 받았다. 마르티니크는 마약 관련 사범들이 재판을 받는 곳이다. 장씨에게 떨어진 형량은 징역 1년형. 외딴섬에서 2년을 보내야 했던 장씨는 1년의 형기를 넘겼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장씨는 돌려받은 한국 여권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2년 동안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의아심이 들었다는 그는 여권에 찍힌 도장을 보니 한국인이 맞다며 씁쓸해 했다.

징역형을 받긴 했지만 장씨는 형량보다 1년을 더 타지에서 살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장씨가 좀 더 일찍 재판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판결문만 제 때 왔어도..."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한국의 재판 판결문. 장씨를 꾀어 가방을 운반하게 한 지인은 2005년 7월 한국에서 검거돼 재판을 받았고 장씨의 결백을 증언했다. 이 판결문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측에 보내졌지만 마르티니크 재판부와 담당 검찰에 곧바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적 60분’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 장씨 재판 담당 검사와 판사는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 담당 검사와 장씨의 전 국선 변호사가 판결문을 받은 시기는 2006년 3월 말이었다.

장씨 또한 그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방송에서 “영사가 찾아와 판결문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며 “정말 중요한 판결문인데 그것을 한낱 종이조각으로 여겼다는 데 더 화가 났다”고 주장 했다.

장씨 담당 검사와 재판 판사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한국에서 보내온 판결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장씨의 변호를 맡았던 가스파 변호사는 “판결문이 일찍 도착했으면 재판 일정이 앞당겨져 더 빨리 풀려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주재 한국 대사관은 제작진에 인터뷰 대신 반론문을 보냈다. 일부 공개된 반론문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프랑스 법원이 한국 법원의 판결문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으나 지난 3월 판결문이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티니크 법원은 장미정씨의 유죄를 인정 하였습니다...”

추적60분 진행을 맡은 구수환 PD는 “추적60분은 장씨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고, 대사관의 주장처럼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방송의도를 밝혔다.

한편 방송 후 프랑스 대사관측을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해당프로그램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추적60분은 29일 장씨 사건에서 드러난 재외 공관의 자국민 보호 현실과 문제점을 다시 한 번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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