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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금정구 서2동 주택가 가스폭발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서 소방장은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15일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77호 영안실. 남편의 주검을 확인한 뒤 혼절했다가 깨어나기를 몇 번씩 거듭하던 서 소방장의 아내 황천임(59) 씨는 혼이 된 남편에게 흐느끼며 말했다.

“여보, 미루고 미루던 신혼여행이 하늘여행이 되고 말았네. 살아서는 쉴 시간이 없어 변변히 휴가 한번도 못 갔는데…. 하늘나라에서만이라도 편히 쉬시지요.”

서동소방파출소에 긴급출동명령이 떨어진 시간은 14일 오후 7시 52분. 서 소방장은 동료 2명과 함께 3km 떨어진 사고 현장에 3분 만에 도착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골목길에 있는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었다.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벽돌 더미가 널브러져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람 살려”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서 소방장은 평소처럼 ‘신속하게 그러나 침착하게’ 건물 일부가 무너진 주택 안으로 동료와 함께 들어갔다. 1층 주방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고 신음 중이던 김모(57) 씨와 2층의 황모(78·여) 씨를 5분 만에 구출해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벽체가 남아 있어 2층 건물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나 건물은 “우지직” 소리를 내며 곧 붕괴될 기미를 보였다. 순간 주변에서 “안에 세 명이 더 있다”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 주택에는 4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을 내보낸 뒤 1층 구석구석을 뒤졌다.

누군가 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매캐한 연기 속을 헤매던 순간 2층 주택이 “우르릉, 꽝!” 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때가 오후 8시 7분. 동료들이 “서 소방장, 서 소방장” 하고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 소방차와 굴착기 등 중장비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건물 잔해를 하나하나 들어올려야 하는 붕괴 현장이어서 구조는 더 늦어졌다.

매몰 4시간 반 만인 15일 0시 40분경. 서 소방장은 발을 구르며 그를 부르던 동료들과 가족들 앞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탈출을 가로막은 육중한 콘크리트 블록이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그의 다리를 누르고 있었다. 그가 “혹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매몰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구조 현장에 달려 나온 아들(28)은 “아버지, 다른 사람의 목숨은 건져주면서 왜 정작 자신의 목숨은 돌보지 않으셨어요?”라고 울부짖었다.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출동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바친 노 소방관의 희생정신에 후배 소방관들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1973년 8월 소방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서 소방장은 언제나 화재사고 현장에 나설 때면 앞장을 섰다.

부산 서면 대아호텔 화재 때도 그랬고 토성상가시장, 국제시장 화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소방관 생활 동안 1만9500여 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 출동해 1050명의 목숨을 구했다. 마지막 출동현장에서 두 사람의 생명을 더 구해 그를 통해 삶을 다시 얻은 사람은 1052명. 박봉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 1980년 직장을 떠났지만 그는 1990년 결국 다시 생과 사를 오가야 하는 소방서로 돌아왔다.

아버지에게 “남을 위해 일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1남 1녀는 장애인특수학교 교사와 간호사가 됐다. ‘늙은 소방관’인 아버지를 걱정하는 간호사 딸(32)이 “너무 위험한 데는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당부하면 서 소방장은 딸에게 이렇게 답을 하곤 했다고 한다.

“생명을 구할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단다.” 정부는 15일 서 소방장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키로 했다. 장례는 금정소방서장으로 17일 오전 10시에 엄수되며 유해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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